철도 파업과 관련해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한 전국철도노동조합 간부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잇따라 기각됐다. 이 때문에 경찰이 철도 파업과 관련해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법원이 이번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일 법원은 최아무개(47) 철도노조 천안기관차승무지부장과 최아무개(51) 철도노조 서울고속기관차지부장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벌여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최 승무지부장의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이동욱 대전지법 천안지원 영장전담판사는 “파업의 모든 과정을 살펴볼 때 사용자(코레일)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파업이 이뤄졌다거나 사업 계속에 혼란을 줄 만한 위력에 해당해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는지는 엄밀한 법률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또 철도노조가 자발적으로 파업을 종료해 분쟁이 일단락됐고, 최 지부장이 파업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어 앞으로 수사기관의 조사나 재판 절차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 않으며, 최 지부장이 경찰에서 진술을 마친 점도 영장 기각 사유로 들었다. 이번 철도노조 파업이 업무방해에 해당하는지를 법원에서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천안지원의 기각결정에 이어 최 지부장의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오성우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판사도 “기록에 나타난 피의자의 역할, 지위 및 가담 정도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구속의 필요성이나 상당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최 지부장이 철도노조 파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이 △파업의 업무방해죄 성립 여부 논란 △파업 가담 정도 경미 △도주 우려 희박 등을 이유로 잇따라 철도노조 간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함에 따라 경찰이 구속영장 신청을 남발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경찰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철도노조 간부 35명 가운데 6명을 붙잡았고 이들 모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중 2명은 구속됐지만 2명은 검찰이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천안/전진식 기자, 김효진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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