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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에이즈 감염 숨기고 살라는 사회 숨죽여 살고 싶지 않아 커밍아웃”

등록 2014-01-02 20:23수정 2014-01-02 22:37

지난달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이정식씨는 “‘숨기고 살아가라’는 사회의 무언의 요구에 숨죽이며 살고 싶지 않다”며 감염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파티를 오는 25일 오후에 열기로 결심했다.
지난달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이정식씨는 “‘숨기고 살아가라’는 사회의 무언의 요구에 숨죽이며 살고 싶지 않다”며 감염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파티를 오는 25일 오후에 열기로 결심했다.
이정식씨 25일 공개파티 열어
미술작품 전시·공연 등도 마련
“사회적 편견·차별과 싸울 것”
이정식(26)씨는 지난 12월9일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았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다. 시간이 지나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파괴되면 에이즈 환자가 된다. “일찍 발견해서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이씨는 “감염 자체가 무섭거나 슬프진 않다”고 말했다.

에이즈는 1980년대만 해도 ‘죽음에 이르는 불치병’이었지만 지금은 당뇨·고혈압 같은 만성질환과 다르지 않다. 완치는 안 되지만 관리만 잘하면 별문제가 없게 됐다. 바이러스의 전파력도 그리 강력하지 않다는 게 의학계의 통설이다. 배우자를 감염시키지 않고 건강한 아이까지 출산한 감염인 산모 사례도 적지 않다. 땀·침으로는 감염되지 않는다는 건 이제 상식에 속한다. 2009년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 질환 항목에서도 에이즈는 지워졌다.

이씨는 오히려 “축하받고 싶다”고 했다. “‘동성애자’에다 ‘감염인’이란 새로운 소수자의 이름을 인생에 걸치게 됐지만, 나는 잘 살고 싶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그래서 나를 아는 이들에게 감염이 무겁고 슬픈 일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하고 싶어요.” 이씨가 감염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파티를 열기로 결심한 이유다. 파티 이름은 ‘4+HIV감염 토크콘서트’. 숫자 4는 이씨의 별명 중 한 부분으로 자신을 가리키고 ‘+HIV감염’은 인생에 더해진 짐을 뜻한단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가까운 친척도 “왜 너만 생각하느냐, 너로 인해 주변 사람까지 낙인찍히면 어떻게 하느냐”며 반대했다. 동성애와 에이즈를 묶는 편견을 더 강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들었다. ‘HIV/에이즈인권연대 나누리+’의 활동가 권미란씨는 “10여년에 걸친 인권운동의 결과로 에이즈예방법에 감염인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차별 대우를 해선 안 된다는 조항을 넣는 데 성공했고, 병원 진료 거부 등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해왔다. 하지만 에이즈에 대한 낙인 효과가 워낙 커서 인권침해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사람이 누려야 할 기본권을 포기할 순 없어요.” 이씨는 에이즈보다 뿌리깊은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숨기고 살아가라’는 사회의 무언의 요구에 숨죽이며 살고 싶지 않다. 만약 감염인이란 이유로 진료를 거부당한다면 ‘잘못됐다’고 저항하고 싶다”고 말했다.

파티는 25일 오후 5시 서울 성북구 카페 ‘별꼴’에서 열린다. 미술가 이기란, 흑표범 등이 작품을 전시하고, 가수 김해원, 인디밴드 서교동미녀집단 등이 공연한다. 장애인 활동보조를 하며 영화 작업 등도 병행해온 이씨가 직접 감독한 단편영화 <샘솟는 기쁨>과 에이즈 감염인 커플의 사랑을 그린 영화 <옥탑방열기>도 상영한다. ‘나누리+’ 활동가이자 감염인인 윤가브리엘씨 등이 토크쇼도 벌인다. 입장권은 1만5000원으로, 수익의 절반은 에이즈인권운동단체에 기부한다. 문의 jaune4@hanmail.net

글·사진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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