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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권영길·단병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들 단식 나선 까닭은?

등록 2014-01-02 09:56수정 2014-01-02 10:38

12월31일 서울역 광장에서 철도노조 파업 경과 보고대회를 마친 조합원들이 서울 용산구 동자동 코레일 서울본부로 복귀하기 전 모임을 하는 모습이 현관 유리문에 비쳐 보인다. 마무리되지 않은 철도파업의 여파와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 노사정위원회의 개점휴업 상태 탓에 올 초부터 노사의 임금 협상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12월31일 서울역 광장에서 철도노조 파업 경과 보고대회를 마친 조합원들이 서울 용산구 동자동 코레일 서울본부로 복귀하기 전 모임을 하는 모습이 현관 유리문에 비쳐 보인다. 마무리되지 않은 철도파업의 여파와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 노사정위원회의 개점휴업 상태 탓에 올 초부터 노사의 임금 협상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박근혜 정부 ‘불통 원칙’에 노동계 ‘춘투’ 격화되나

공공부문 개혁·통상임금 임단협 등 갈등 요소 쌓여있는데
정부는 강경 일관…노사정위도 제 역할 못해 불씨 커질 듯
철도파업은 끝났으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강제 진입 등 박근혜 정부의 강경 대응이 낳은 노동계와 정부 간 갈등의 불씨가 올해 춘투로 격화할 조짐이다. 통상임금 조정에 따른 노사 간 임단협 갈등, 공공부문 개혁을 둘러싼 노사정 충돌로 ‘최근 10년 새 가장 격렬한 춘투’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반정부 투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한국노동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1일 “2014년은 구제금융 이후를 정리하려는 2001~2002년 대규모 춘투 이후 쟁의가 발생할 잠재적 갈등이 가장 많은 때”라고 말했다.

향후 노정관계에서도 정부가 밀어붙일 ‘불통 원칙’이 지닌 인화성이 가장 커 보인다. 정부는 “혈세를 낭비하는 타협은 없다”며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의 퇴로를 차단했고, 파업 철회 뒤에도 코레일의 징계 완화 협상까지 막고 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초반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노사정위원회를 방문하며 기대를 줬는데, 그 정도의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태도여서 더 분노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권영길·단병호·이수호 등 전 민주노총 위원장들과 노동계 원로들은 2일부터 집단 단식농성에 들어가기로 했다. “박근혜 정권에 맞서 힘을 모은다”는 취지다. 이미 민주노총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1주기가 되는 다음달 25일까지 세 차례의 총파업·국민파업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한 단위사업장에서의 쟁의 조짐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난해 말 295개 공공기관의 ‘정상화 대책’을 내놓은 정부는 이달 말까지 32개 중점관리기관별 대책 보고를 끝내고 4월께부터 경영실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평가는 전년도치가 중심이지만 향후 노조와의 ‘불공정 교섭’ 해지 전략 등이 기관장 평가에 반영될 것으로 노동계는 본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파업이 일어나도 경영진에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방침을 이미 내놓은 바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5개 연맹(조합원 30만명)으로 짜인 공공부문 노조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중점관리기관 중 양 노총의 20여개 사업장 노조가 특별대책위를 구성하기로 했다”며 “민주노총 침탈로 정부가 판을 열어준데다 방만경영이나 정책 실패의 책임조차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의 개혁을 추진할 경우 강력히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때 급증한 공공기관 부채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은 도외시한 채 단협 조항 해지나 성과급 축소 등을 일방적으로 강요할 경우 마찰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정기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한 대법원 판례도 춘투의 주요 변수다. 판례에 따라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하자는 노동계의 요구와 각종 수당을 없애거나 연봉제를 도입하는 등 급여체계를 바꾸고 비정규직을 확대해서라도 인건비 상승을 막으려는 사용자의 요구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

노조의 규모가 큰 양대 노총의 금속·제조 사업장은 대개 3월부터 임단협을 시작한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여기저기가 지뢰밭이다. 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이 맞물린 임단협이 핵심적으로 대두되며 곳곳에서 쟁의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작 갈등을 조정할 책임이 있는 고용노동부나 노사정위원회는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특히 고용부는 지난해 노정 갈등을 키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화 때는 법무부·안전행정부·교육부에 끌려다녔고, 55살 이상 파견직 확대 방안은 기획재정부, 철도파업 중엔 국토교통부 입만 바라봤다.

전문가들은 노동 강경책의 배후를 청와대로 보고 ‘매파’들을 교체함으로써 노동 관련 태도를 바꾸는 해법을 제시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관계자는 “지금은 임금체계, 근로시간, 정년 연장 등 고용노동 시스템이 크게 변화하는 국면으로 사회적 합의를 넘어선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때인데 정권 1년 동안 정치·사회적으로 갈라지기만 했다”고 말했다. 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권을 현 정부가 존중하지 않고 있다”며 “청와대 일부 매파 참모들로부터 노동정책이 조정되고, 경제수석 산하에서 노동을 경제 하위로 다루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상훈 한양대 교수(경영학)도 “노조를 법치 대상이 아닌 경제·경영의 한 주체로 대우해야 한다”며 “그러나 정부의 노동정책이 스스로 자각하며 변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방선거 결과가 변수가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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