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산하 교육연수원이 역사교사 연수 프로그램에 뉴라이트 성향의 학자를 강사로 섭외한 것과 관련해 일부 교사들이 연수 수업에 불참하거나 항의시위를 하는 등 반발했다.(<한겨레> 12월26일치 9면 참조)
<한겨레>가 31일 오전 서울 방배동 서울특별시교육연수원에서 역사교사들을 대상으로 열린 ‘한국 근현대사의 이해’ 수업 현장을 찾아 확인한 결과, 연수 대상 교사 36명 가운데 7명이 수업에 불참하거나 중간에 뛰쳐나갔다. 교사 4명은 아예 수업 시작부터 불참했고, 이 중 2명은 강사인 허동현 교수(경희대 교양학부)가 강의실로 들어설 때 그 앞에서 ‘친일·독재 미화, 역사 왜곡 허동현 교수의 수업을 거부합니다’란 글이 적힌 종이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교사 3명은 강의 진행 도중 “도저히 들을 수 없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강의실을 나갔다.
시위를 벌인 한 교사는 “학술적으로는 허 교수가 얼마든지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학술 논쟁의 자리도 아니고 역사교사들을 가르치는 자리에 우리나라 교육과정에 담긴 내재적 근대화 과정까지 부정하는 사람을 강사로 쓰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밖에 해석할 수 없어 역사교사의 양심에 따라 수업에 빠졌다”고 말했다.
수업을 끝까지 들은 다른 교사는 “애초 강의에 참석한 교사들도 허 교수와 토론하기 위해 들어갔던 것”이라며 “허 교수는 이승만을 김구와 함께 건국의 아버지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민주주의를 파괴시키고 쫓겨난 사람을 어떻게 그런 반열에 올리느냐고 지적했더니 4·19혁명과 그 이후의 민주화 과정이 이승만이 있었던 덕에 이뤄진 것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펼쳤다”고 전했다.
이 교사들이 이날 받은 1급 정교사 승급 연수 프로그램은 강의 내용에 대한 평가로 마무리되는데, 이 평가 점수가 향후 교사들의 승진·평가에 반영되는 등 경력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교사들의 설명이다. 그만큼 강의를 거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다만 연수원 쪽은 “편향된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평가를 치르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교사들의 항의를 받아들여 근현대사 강의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허 교수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독재를 미화하고 친일 청산에 부정적인 관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등의 이유로 교사 연수 근현대사 강사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그는 친일·독재 미화와 오류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주요 저자들이 회장을 맡은 한국현대사학회 회원이기도 하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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