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박은송(왼쪽·성공회대 4년)씨와 유진(고려대 4년)씨가 27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28일 총파업을 알리는 손팻말을 들고 홍보를 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오후 대전역 서광장에서 열린 철도 민영화 반대를 위한 촛불집회 등 ‘안녕들 하십니까 전국나들이’ 대전 행사 참석을 위해 열차를 타러 가는 길이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등기신청 4시간에 인가 ‘속전속결’…국토부, 밤10시 발표
박대통령 “공짜 점심 없다”…코레일 “중징계” 최후통첩
양대노총 서울광장서 결의대회…10만여명 참여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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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을 설득하지 않는 박근혜 정부의 ‘비타협주의’가 노정 대립을 전면전으로 치닫게 하고 있다. 정부는 27일 민영화 논란을 부른 수서발 고속철도(KTX) 신규 업체의 철도운영 면허를 전격적으로 인가했다. 면허 발급을 중단하면 즉각 업무에 복귀하겠다는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수서발 고속철도 자회사 설립이 ‘경영 효율화’ 조처라며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고,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27일 자정’까지 파업을 풀지 않으면 해고 등 중징계를 내리겠다고 최후통첩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모든 정부 위원회 참가 중단을 통한 노정 관계 단절을 선언한 데 이어 28일과 내년 1월9일, 16일 1~3차 총파업을 이어간다고 밝혔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밤 10시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서발 고속철도 신규 업체의 면허를 발급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서 장관은 “철도공사는 국가 기간산업을 책임지는 공기업으로 철도 부채는 철도노조와 사측의 문제만이 아니라 국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이날 면허 발급은) 독점 체제를 유지하면서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는 철도에 경쟁체제를 도입해 적자를 메우는 국민 혈세를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4시 대전지법에 법인설립 등기 인가를 신청하고, 4시간30분 뒤인 저녁 8시30분 인가가 나오자 바로 면허를 발급했다.
이에 앞서 박 대통령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비공개토론에서 “경제학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있듯 철도 방만경영으로 인한 적자는 국민의 부담으로 귀착된다. 철도 부문은 국민을 위해 경영효율화 측면에서 경쟁체제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며 자회사 설립 방침에 후퇴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신계륜)가 이날 오후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최연혜 코레일 사장, 김영훈 전 철도노조 위원장과 김재길 철도노조 정책실장 등 ‘노사정 3자’가 참석한 전체회의를 열어 중재를 시도했지만 정부의 강경한 태도로 무산됐다. 서 장관은 수서발 고속열차 개통까지 1년 이상 남은 만큼 면허 발급을 잠시 ‘유보’하고 사회적 논의를 거치라는 야당 의원들의 중재안에 대해 “철도 경쟁 도입 정책은 노사 협상이 될 수 없다”며 거부했다.
박 대통령과 정부가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종교계의 요구와 정치권의 중재를 거부한 채 면허 발급을 강행하고 파업 노조원들에게 최후통첩을 하면서, 철도파업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충돌 국면으로 달려가고 있다.
최연혜 사장은 이날 오전 9시 “마지막 최후통첩을 내린다. 27일 밤 12시까지 돌아오지 않는 직원에 대해서는 복귀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상응하는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코레일 관계자는 “파업 참가자들은 현재 무단결근 상태이기 때문에 가담 정도에 따라 중징계가 내려질 것”이라며 정직·해임·파면 등 대량해고를 예고했다.
민주노총은 철도파업 20일째인 28일 오후 3시 서울광장에서 ‘민영화 저지, 노동탄압 분쇄 철도파업 승리 1차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최다인 10만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대 노총의 다른 축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지도부와 서울·수도권 조합원들이 집회에 동참할 예정이어서 이번 집회는 전체 노동계가 정권에 맞서는 의미를 띠게 된다. 민주노총은 내년 1월9일과 16일에 각각 2·3차 총파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송호진 이정국 노현웅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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