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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파업 중재 나선 조계종 화쟁위원회는?

등록 2013-12-26 20:16수정 2013-12-27 13:50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와 원불교 인권위원회 등 종교단체 회원과 스님들이 26일 오후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몸을 피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철도노조 파업 문제를 대화로 풀자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눈 속을 걷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와 원불교 인권위원회 등 종교단체 회원과 스님들이 26일 오후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몸을 피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철도노조 파업 문제를 대화로 풀자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눈 속을 걷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쌍용차’ 등 사회적 갈등 해결 나서
전국철도노조 박태만 수석부위원장 등이 조계종 본산 격인 조계사에 피신하면서, 불교계가 중재와 화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조계종은 26일 입장문을 내 “종교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노동자를 외면할 수는 없다. 자비문중으로서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보호하고 도움을 주고자하는 것은 당연지사다”며 “대화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조계사 내 극락전에 머물고 있는 철도노조 조합원을 보호하고 돌보는 일은 조계종 노동위원회(위원장 종호 스님)가, 대외적인 중재 노력은 조계종 화쟁위원회(위원장 도법 스님)가 맡고 있다. 조계종은 26일 입장문에서 ‘향후 철도노조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한 노력의 주체’로 화쟁위를 직접 거론했다.

자승 총무원장은 지난 2010년 사회적 갈등 현안을 불교적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산하에 화쟁위를 만들고 불교계에서 시민사회와 가장 폭넓게 소통해온 도법 스님을 위원장으로 초빙했다. 불교 행정은 총무원장 자신이 맡고, 사회문제는 도법 스님에게 일임한 것이다.

‘화쟁’(和諍)은 신라 고승 원효의 핵심 사상으로, 삼국 통일 후 민심을 추스르는 가치였다. 원효가 어느 주장이나 학설을 고집하지도 버리지도 않으면서도 긍정과 부정의 두 가지 논리를 융합해 더 높은 차원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았던 사상이다.

사회적 현안 앞에서 옳고 그름의 사리분별이나 대화와 타협을 도외시하고 내 편이냐, 네 편이냐만 따지는 한국적 갈등 속에서 화쟁이야말로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하다는 게 화쟁위의 출범 이유였다.

이에 따라 화쟁위는 지금까지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통합을 위한 종교인 33인 원탁회의’를 꾸리는 등 사회적 현안 해결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화쟁위는 지난해 7월에 14명의 위원으로 2기 체제를 꾸렸다. 도법 스님을 비롯하여 지홍·법안·흥선 스님 등 종단 내에서 신망을 받는 중진 스님들과 법무법인 바른 대표 김동건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고문인 김종빈 변호사 등 보혁을 아우르는 진용을 갖추고 있다.

화쟁위는 26일 긴급 임시회의를 열어 ‘철도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화해와 중재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화쟁위는 “노사 양측 모두 기존의 입장을 고집하는 대신 국가 기간산업인 철도의 안정과 발전, 나아가 국민의 보편적 행복의 관점에서 문제가 다뤄질 수 있도록 대화의 장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화쟁위는 이웃종교·시민사회와 힘을 합쳐 정부·여당·사측과 노조를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조계사를 찾은 최연혜 코레일 사장과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즉석에서 단둘이 미팅하도록 주선한 것도 ‘일단 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도법 스님의 평소 지론에 따른 것이다.

도법 스님이 평소 자주 인용하는 사례는 간디의 제자 비베카난다가 자기 것이라곤 땅 한 평도 내놓을 의향을 보이지 않았던 지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대화해 무려 스코틀랜드 넓이의 땅을 헌납받았던 토지헌납운동이다. 그는 이 사례를 들며 ‘이 세상에 대화가 안되고, 전혀 소통이 안될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며 대화와 화쟁의 노력이 포기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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