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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철도 파업에 80년대 영국 대처리즘식 강경대응은 시대착오”

등록 2013-12-25 20:43수정 2013-12-26 10:00

전문가들에 들어본 해결 방향

“공공성 후퇴·사회 양극화 등
신자유주의 폐해는 이미 검증”

노-정 대화 사회적 중재 촉구
“민영화 법으로 막고 낙하산 차단
다자 참여 독립경영체제로 개혁을”
철도파업을 둘러싼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어 출구 찾기가 갈수록 난망해지고 있다. ‘원칙’만 앞세운 정부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난입에 이어 철도노조 수배자가 피신한 조계사까지 압박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총파업도 28일로 다가왔다. 상호 양보할 수 없는 대결 구도에서 결국 국회나 제3의 사회적 중재밖에는 해법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부와 보수세력은 박근혜 대통령의 철도파업에 대한 강경대응을 1980년대 영국 기간산업의 민영화를 이끈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대처리즘에 빗대며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여러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런 태도가 철도파업을 더 장기화하고 노정 파국을 불러온다고 지적한다. 1980년대 민영화 반대 파업을 제압한 영국이나 미국, 일본의 시대적·사회적 배경이 2013년의 한국과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대처도, 레이건도, 나카소네도 노조를 이긴 게 맞지만 그건 2차 대전 뒤부터 유지된 공공부문의 비효율이 부각되고 시장만능이란 국제적 물결이 거셌던 80년대 얘기”라며 “이후 시장주의에 대한 검증이 30년간 이뤄졌고 사회 양극화, 공공성 후퇴 등 더 큰 문제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공공서비스 분야에 대한 총체적 논의가 가능하지만 ‘시장’을 대안으로 내세우는 원칙은 시대착오란 얘기다.

조상수 공공운수연맹 정책위원장은 “현 정부가 철도파업을 ‘대선불복 투쟁’으로 이를 만큼 정권의 대선 콤플렉스가 크고, 철 지난 대처리즘에 사로잡혀 있다. 80년대엔 공공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도 커 가능했지만 지금은 절반 이상이 반대한다”며 “박근혜 정부가 철도파업에서 밀리면 (남은 4년 동안) 끝이라는 강박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은 1979년 철도 민영화 이후 잦은 사고, 국고 보조금을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 등으로 2000년대 들어 민영화된 시설 부문을 비영리법인(네트워크 레일)으로 전환했고, 뉴질랜드도 민영화한 철도를 다시 공영화했다.

김성희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영국·일본은 대표적인 민영화 실패 사례인데도 민영화 찬성론자들이 계속 거론하는 이유는 이 두 국가가 (한국이 진행하려는 것처럼) 간선을 민영화한 드문 경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 내 독일·스웨덴·네덜란드는 지선을 일부 민영화한 경우이고,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는 여전히 공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목적에 맞춰 객관적 사실조차 은폐되거나 왜곡되면서 감정싸움은 끊임없이 격화한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2일 민주노총 본부에 경찰이 강제진입한 이튿날 “당장 어렵다는 이유로 원칙 없이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간다면 우리 경제·사회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을 것”이라며 수서발 케이티엑스(KTX) 자회사 설립을 ‘양보할 수 없는 정책 승부’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부와 노동계 또는 코레일과 철도노조의 직접 대화는 사실상 불가능한 지경이다. 100% 철도 국유화 체제인 프랑스가 2011년 운영-시설 분리·통합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철도경제, 시스템 거버넌스, 철도조직 등 4개 주제별 위원회를 만들고 60여차례의 실무회의, 130회가 넘는 청문회를 연 것과 견주기 어렵다.

이영수 공공운수정책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은 “독일 철도이사회는 노사정 동수로 구성돼 정책을 결정한다. 우리는 (일부 사업을 분할한) 독일 철도를 모델이라 하면서 정작 지배구조 시스템은 따르지 않는다”며 “사전에 노조가 말할 수 있는 테이블이 없어 극단적 대치까지 이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오건호 운영위원장도 “양 당사자가 강공 대결을 하고 있어 사회적 중재·조정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정부가 아니라는 민영화를 법으로 막고, 코레일 개혁을 위해서라면 공사 내 (케이티엑스, 무궁화호, 지하철 등) 노선별 사업부를 꾸려 (인력 효율, 서비스 등의) 비교 경쟁 효과를 유도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낙하산 인사를 막고 전문가, 시민, 노동자 등이 참여하는 독립적 경영체제를 꾸려 원인과 해법을 객관적으로 진단·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28일 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결합하는 ‘박근혜 정권 퇴진’ 집회를 거쳐 파업이 2라운드로 장기화할 경우, 5년 전 ‘미국산 쇠고기 사태’처럼 철도파업이 박근혜 정부의 향후 4년을 시민사회와 결별시키는 ‘결정적 사유’가 될 것이란 우려가 각계에서 나온다.

임인택 박수지 기자 imit@hani.co.kr

박 대통령 사전엔 ‘대화’란 없는가 [성한용의 진단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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