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와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촛불교회 등 기독교단체와 교회가 성탄절인 2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절 연합예배’를 열어 기도하고 있다. 이들은 성탄선언문에서 “땀 흘려 일하는 다수가 가난한 자가 되는 경제제도를, 평범한 다수가 억눌린 자가 되는 정치제도를, 주리고 목마르고 나그네 되어 떠도는 사회제도를 바꾸라는, 주님께서 일러주신 의인의 길에 나서려 한다”고 말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기독교단체들 서울광장서 개최
전국서 신도 800여명 모여들어
대선개입·민주노총 난입 규탄
밀양·제주서도 ‘거리의 성탄예배’
전국서 신도 800여명 모여들어
대선개입·민주노총 난입 규탄
밀양·제주서도 ‘거리의 성탄예배’
“오늘 예배는 고난받는 이들이 드리는 예배입니다.”
성탄절인 25일 오후 3시 서울시청 광장에서는 ‘정의가 이길 때까지’라는 주제로 예배가 열렸다.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와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촛불교회 등 기독교단체와 교회 등으로 이뤄진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절 연합예배 준비위원회’가 예배를 이끌었다.
추운 날씨에도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도 안산·오산 등에서 800여명의 신도들이 모여들었다. 김창현 목사는 “성탄절 예배는 지난해 쌍용차 해고자 분향소 앞, 2009년엔 용산참사 현장 등 매년 고난받는 현장을 찾았다. 올해는 밀양, 쌍용차, 철도노조 등 고난받는 현장이 너무 많아 한 군데를 택할 수가 없어 시청광장에서 예배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가기관 대선개입으로 민주주의가 훼손돼 예배를 준비한 우리들까지 고난을 당했다. 이번 예배는 모든 국민이 고난을 당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덧붙였다.
예배가 이뤄진 서울광장 주변은 ‘고난받는 이들’로 가득했다. 광장 구석에는 노동여건 개선을 요구하며 57일째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서울도시철도공사 노동조합의 조그마한 천막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재문(44) 노조위원장은 “도시철도 기관사들은 하루 종일 지하터널을 홀로 운행하며 정신질환을 앓는다. 심하면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 2인 이상 승무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불과 30여m 거리의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에서는 성탄 휴일을 즐기는 가족과 연인들의 밝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는 “크리스마스에 아이들과 같이 보내지 못해 미안하다. 손발이 어는 농성 중에도 핫팩과 커피를 가져다주는 시민들 덕분에 힘을 낸다”며 웃었다.
길 건너 대한문 앞에서는 1년8개월째 쌍용차 해고자 복직을 위한 시민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해고자들은 추위에 언 손을 녹이려 연신 손을 호호 불었다. 문기주(52)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비지회장은 “5년째 이어진 해고 상태와 정부와 쌍용차의 손해배상 요구로 미래가 깜깜하다. 내년 생산계획에 따르면 노동자 400~1000명 정도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해 회사에 교섭 요구안을 보냈지만 답변이 없는 상태”라며 답답해했다. 그는 “해고 뒤 최소한의 생계비조차 가족에게 가져다주지 못하는데 크리스마스가 즐겁겠냐”며 씁쓸해했다. 이날 하루만 400여명의 시민이 서명에 동참했다. 평소의 2배에 이르는 숫자다.
‘거리의 성탄절’ 행사는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다 음독 사망한 유한숙(71)씨의 분향소가 있는 경남 밀양시 영남루 앞에서는 이날 오후 한국와이엠시에이(YMCA)전국연맹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주최로 성탄 예배가 열렸다. 최광섭 목사는 예배에서 “공권력으로 신음하는 국민들의 모습이 2000년 전 로마 통치 시절과 비슷하다. 예수가 억눌린 자를 해방시킨 것처럼 밀양 송전탑 건설이 곧 중지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다”고 말했다.
해군기지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제주 강정마을에서도 성탄 미사가 열렸다. 천주교 제주교구가 연 미사에는 신자와 주민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세상의 가장 작고 어려운 이들 곁에 함께할 때 우리는 비로소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사람들 대열에 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진 김성광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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