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위원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정면 충돌로 치닫는 노-정]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노동의 상징, 공권력에 짓밟혀”
“박근혜 정부의 폭력에 분노…국민들이 함께 나서달라”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노동의 상징, 공권력에 짓밟혀”
“박근혜 정부의 폭력에 분노…국민들이 함께 나서달라”
정부가 22일 철도노조 지도부 9명을 잡겠다며 경찰 5500명을 투입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본부에 난입했으나 딱 한 곳 발 딛지 않은 곳이 있다. 신승철(49) 민주노총 위원장실이다. 조합원들의 저지로, 쳐들어가 부수는 대신 문을 열고 위원장실 내부만 살핀 뒤 물러섰다고 한다. 하지만 65만명 조합원의 허탈과 분노는 3평 위원장실이 모두 품은 듯 분위기는 무거웠다. 23일 오후 위원장실에서 신 위원장을 만났다.
신승철 위원장은 “인적·물적 피해가 크다. 그러나 동지들이 입은 부상이나 깨진 집기쯤은 큰 상처가 아니다. (진짜 상처는) 이 땅의 노동의 상징인 민주노총을 군홧발이 그랬듯, 공권력으로 난입한 행위에 대한 분노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강제진입을 예상하지 못했나?
“20일께부터 압수수색 소식이 국회나 언론을 통해 들어왔다. 하지만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박근혜 정부를 믿었다기보다 민주노총의 상징성이 있고 상징성을 만들어준 노동자와 민중들을 믿었기 때문이다. 정부도 그 정도 상식은 있다고 생각했지만 폭력으로 깨트렸다. 오판이었고, 우리가 어리석었다.”
-위원장도 1층 전면에서부터 경찰의 진입을 막다 내몰렸다.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이 뭔지 깊이 생각했다. 노동자와 국민을 통치의 대상으로만 생각한다. 멈춰진 기억 속에 자신을 가두고 그 기억이 원칙인 줄 알고 실행하고 있다.”
-정권이 끊임없이 노동계를 압박해왔다.
“시간제 일자리 등 노사정 의제에 정부가 일관되게 민주노총에 참여를 요청해온 측면도 있다. 우리 의견이 반영될 수 없는 구조라 대화에 응하진 않았지만, 정작 민영화 같은 더 큰 국민적 의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자는 요청은 정부가 철저히 무시한다. 민주노총이 부담되면 그 논의기구에 안 들어가겠다고도 했다. 현 정부의 소통 방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부 1년 만에 정권퇴진 투쟁을 공식화했다. 이명박 정부 4년차에 이뤄진 정권퇴진 선언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이르다. 신 위원장은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확인, 특히 전국공무원노조·전국교직원노조의 법외노조화, 공안수사 등이 진행될 때 정권퇴진 투쟁으로 맞서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대중적 공감이 없는 선언은 무의미하다고 봤다”며 “지금은 대중의 판단과 분노로 현재의 정부를 규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다. 정부가 가져온 결과다”라고 말했다. 철도 민영화 의제가 300여 공공기관의 구조조정, 교육·의료 부문 등으로도 확산되며 ‘노동의제’를 넘어선 ‘시민의제’가 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도 정부의 시민에 대한 일방통행식 통치가 이뤄질 것이라 보는 것이다. 그만큼 대결도 쉽지 않다.
-철도파업 노조원도 지쳐가듯, 결국 약한 건 노동자다.
“현 정부가 틈만 나면 국민행복과 소통을 얘기했다. 하지만 권력자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원칙과 법만 유지되고 있다. 민영화가 아니라는데 믿지 않는 많은 국민들, 교육·의료 민영화, 55살 이상 파견직 확대에 반대하는 이들과 손잡을 수밖에 없다.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들은 존재를 부정당하면서도 조직되지 않은 절반의 노동자, 900만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조합원만으로 정권 퇴진시킬 수 있겠나. 아니다. 우린 촉매제일 뿐이다.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철도파업이 해를 넘길 수도 있겠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
“정부의 대응을 봤을 때 철도노조가 빈손으로 복귀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도 조직 이상의 역할을 했다. 국민의 힘, 여론 덕분이다. 그렇다고 민영화를 막을 때까지 싸우라고 그들에게 요구할 순 없다. 정부와 정치권이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에 나서야 한다. 민영화 반대한다고 서명해준 100만명 국민과 12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이제 막아야 한다.”
2000년대 이후 철도노조는 다섯차례 파업을 했고, 모두 민주노총 내부에 상황실을 구성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박근혜 정부가 치고 들어왔다. ‘파업 세력이 1990년대처럼 다시 종교시설로 가야 하느냐’고 묻자 신 위원장은 “그곳도 안전하지 않다”며 씁쓸해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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