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철도노조 간부 찾기’ 22일 김명환 위원장 등 철도노조 간부들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민주노총 본부로 강제진입한 경찰들이 농성하던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신분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이 체포하려던 철도노조 간부 9명은 이날 새벽 건물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권위주의적 폭거” 정부의 공권력 투입 비판
“노동권 유린” “강경 정책에도 금도가 있어”
“노동권 유린” “강경 정책에도 금도가 있어”
22일 경찰의 민주노총 본부 강제진입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과 지식인들은 ‘권위주의적 폭거’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이들은 “공권력 투입은 범국민적 항쟁의 도화선이 될 것이다. 물리력으로 국면을 바꾸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한국와이엠시에이(YMCA) 등 전국 220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철도공공성시민모임은 “정부가 국민과의 갈등과 불신만 키우는 ‘힘에 의한 국정운영’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당장 대화에 나서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도 성명서를 내어 “그동안 철도 민영화에 대한 합리적인 문제제기를 외면하던 정부가 대화와 설득을 위한 어떤 노력과 의지도 보여주지 않은 채 기어이 대결을 선택했다. 어떤 반대세력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자랑스러운 불통’의 태도로밖에 볼 수 없다. 더 이상 무모한 물리력 행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사회진보연대는 “(정부는) 철도파업 첫날부터 조합원을 직위해제하고 곧이어 지도부에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등 국민 여론을 무시한 채 강경대응으로 일관했다. 이미 국제사회가 지적하고 있듯이 노조 간부를 구속하고 파업을 파괴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성민우회와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운영위원회도 각각 성명서를 발표해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위해 행동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정부는 당연한 삶의 ‘정치’에 불법 꼬리표를 붙이고 있다”, “시위를 무력진압하려는 정부의 태도는 헌법에 규정된 근로자의 기본권인 노동권을 유린하는 것이자 노동자를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법조인들과 문인들도 동참했다. 권영국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 등을 비롯해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에 속한 법률가 20여명은 이날 오후 민주노총 본부 앞에서 ‘민주노총 강제침탈 규탄 법률가단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공권력 투입은 헌법이 정하는 영장주의와 비례의 원칙을 위반했다. 위법한 공권력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중견·신인 문인 99명은 ‘힘차게 달리고 싶은 철도를 위한 작가행동 99+엔(n)’ 이름으로 성명을 냈다. 이들은 성명에서 “철도노조의 파업은 사회 구성원에게 제공돼야 할 교통 서비스의 사유화를 막고자 하는 공적 행위”라며 “박근혜 정권이 무엇이든 돈이 안 되는 것은 손 떼고 돈이 되는 것은 자본에게 팔아치우려는 행위는 국가 배임행위”라고 비판했다. 성명에는 시인 나희덕·진은영·손택수·심보선·송경동·황인찬·김근·김민정·김소연씨, 소설가 한창훈·전성태·손홍규·김서령·김별아·유용주·전성태씨, 평론가 이명원·홍기돈·고영직씨 등이 참여했다.
교수들은 이날 벌어진 상황을 군사독재 시절에 비유하며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 대신 강경책으로 일관하는 것은 오히려 정권 쪽에 상처를 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신준 동아대 교수(경제학)는 “원칙을 지킨다는 것이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라면 극악한 독재정권이 아닌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종구 성공회대 교수(사회학)는 “(민영화 논란과 관련한) 공공의 책임을 어느 선까지 맡을지를 책임 있는 정부·여당과 정치권에서 풀어야지, ‘적자다’ ‘강성노조다’라는 말만 되풀이하면 백날 가도 문제는 풀리지 않고 진압이 되더라도 (정권의) 내상이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국가 공권력은 최후의 순간에 최소한의 개입을 해야 하는데, (철도노조원이) 기차나 역을 점거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국가 공권력을 과도하게 투입한 것은 최근 국정원 댓글 사건 등에 대한 국면전환용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승헌 이정국 허미경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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