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수사 결과 발표는 분석관들 자율적 판단”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의 수사 결과를 축소 발표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55)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당시 중간수사 결과 발표 보도자료 내용은 서울청 간부와 분석관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의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 심리로 열린 김 전 청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김 전 청장은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의 컴퓨터 분석 과정에서 김씨가 인터넷에서 정부 시책과 관련된 글에 찬반 클릭을 했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고 시인했다. 검찰이 “그런 보고를 받고 김씨가 어떤 업무를 했다고 생각했는가”라고 묻자 김 전 청장은 “분석관들이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라 관심을 안 기울였다”고 답했다.
검찰이 재차 “민주당의 고발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최소한 상황 진행이 어떤지 파악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어도 김 전 청장은 “서울청장 입장에서는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수사 내용에 전혀 관심도 안 가졌다”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은 김하영씨가 삭제한 파일이 발견됐다는 사실도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언론에서 이와 관련한 문제 제기를 했는데 청장으로서 기본적인 경위도 확인하지 않았나”라고 물으니 김 전 청장은 “전문가가 전문적인 영역에 대해 얘기하는 걸 내가 다 이해할 수 없다. 직원들이 잘 해내고 있는데 내가 뭘 더 챙긴단 말인가”라고 했다.
경찰이 김씨의 컴퓨터에서 정치·선거 관련 찬반 클릭이나 댓글을 단 사실을 확인하고도 문재인,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나 비방글이 없다는 이유로 중간수사 결과 보도자료에 “혐의 없음”이라고 쓴 과정에 대해 김 전 청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가진 우리 사이버수사대를 전적으로 믿었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또 그는 “평소 내 스타일이 직원들의 자율을 강조한다. 분석관·간부들의 지혜와 경험을 모아 자율적으로 판단하도록 했다”고 모든 책임을 간부와 분석관들에게 떠넘겼다.
검찰이 “최현락 당시 수사부장은 ‘수사 과정에서 피고인이 오케이 해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고 진술했다”고 하자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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