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직원이 남의 불륜 현장 증거를 수집하는 심부름센터 일을 하다가 해임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직원은 해임 취소 소송을 냈지만 기각당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윤인성)는 ㄱ씨가 해임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국정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2001년부터 국정원에서 일해온 ㄱ씨는 2010년 직무상 잠입 취업해 근무한 적이 있는 심부름센터의 사장으로부터 일을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ㄱ씨는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휴일에 남의 불륜 현장을 채증하고 한달간 400여만원을 받았다.
ㄱ씨는 또 처남과 함께 심부름센터를 개업하고 사건 의뢰 목적으로 처남 명의의 휴대전화를 무단으로 국정원에 반입해 사용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ㄱ씨는 내부 조사를 받게 됐고 결국 영리업무 금지와 보안업무 관리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해임당했다. 그러나 ㄱ씨는 “(조사 당시) 부친상을 당해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허위 진술을 했다”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ㄱ씨가 내부조사에서 한 진술이 구체적이고 상세하고, ㄱ씨의 휴대전화 및 전자우편 조회, 심부름센터 광고 등 증거와도 일치한다. ㄱ씨가 특별한 이유 없이 진술의 주요 내용을 번복하고 있어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국정원은 국가안전보장 관련 정보의 수집, 정보보안 및 방첩수사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는 대통령 직속의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므로, 소속 직원에게는 어떤 기관의 공무원보다도 높은 청렴성, 도덕성, 윤리성이 요구된다. 영리를 목적으로 불륜 현장을 뒤쫓는 등 공무원으로서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한 점 등을 고려하면 해임은 정당하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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