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충동 35%…시도 경험도 4.5%
응답자 절반 이상 심리상담 필요
응답자 절반 이상 심리상담 필요
불법파견 의혹에 이어 최종범씨 자살 사건 등으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의 열악한 근로조건 및 처우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협력사 직원들의 정신건강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명숙·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15일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기사 6000여명 가운데 조합원 88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업무환경 및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설문조사와 분석을 맡았다.
조사 결과, 협력사 노동자 3명 가운데 1명꼴로 주당 60시간 넘게 일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매달 3~4차례 주말근무를 한다고 응답한 이도 43%를 넘었다. 주말근무가 5~6차례에 이른다는 이도 25.6%였다. 그럼에도 이들은 근로시간이 아닌 수리 건수에 따라 임금을 받아 비성수기 땐 월급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발생하곤 했다.
자살위험성은 최근 감정노동 피해자로 주목받는 다른 서비스노동자군보다 높았다. 전체 880명 가운데 306명(34.8%)이 “자살충동을 느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40명(4.5%)은 실제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노동시민단체 ‘감정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네트워크’가 8월 백화점 판매직, 카지노 딜러, 철도·지하철의 역무·승무원, 콜센터 직원 등 2205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30.5%가 자살충동 경험을 토로(4%는 자살 시도)한 것보다 높은 수치다. 일반 국민의 자살충동 경험은 16.4%(보건복지부 2009년 조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응답자의 절반 이상(53.9%)은 심리상담이 필요한 우울 상태로 분석됐다.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은 “남성이 대부분인 수리기사들이 여성 감정노동자보다 더 심각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어 기업과 사회적 각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라두식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부지회장은 “최근 각종 부당한 업무 지시 등이 비조합원에게 가해지면서 이들을 상대로 조사하면 결과가 더 심각하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