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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동성애 주교’ 다큐, 대학가 잇단 상영불허

등록 2013-12-15 20:41

다큐멘터리 <로빈슨 주교의 두가지 사랑>
다큐멘터리 <로빈슨 주교의 두가지 사랑>
감신대·고려대 등 ‘항의민원’ 이유
기독교 단체, 행사학생 신상공개
“종교적 편견…성소수자 혐오말라”
감리교신학대 성소수자 인권운동 모임인 ‘무지개감신’ 학생들은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지난달 27일, 이들이 계획한 행사 포스터가 훼손되고, 대신 ‘행사가 취소됐으니 티켓을 환불해가라’는 글귀가 나붙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다큐멘터리 <로빈슨 주교의 두가지 사랑>(사진) (감독 매키 올스턴) 상영회를 열려던 참이었다. 행사 당일, 학교가 빌려준 강의실 앞엔 ‘금일 영화 상영은 신청절차상 하자로 강의실 사용을 불허한다’는 학교 당국의 통보가 나붙었다. 학교 쪽은 항의 전화가 빗발친 데다 배급사의 의도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를 댔다.

같은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려던 고려대와 서울여대(<한겨레> 11월26일치 8면 참조)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학생들이 추진한 상영회를 학교 쪽에서 ‘항의 민원’과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막았다. 행사 전날 학교 쪽의 장소사용 불허 통보를 받은 고려대에선 급하게 다른 장소에서 상영회를 진행했고, 서울여대에선 취소됐다.

문제의 작품 <로빈슨…>은 기독교 역사상 처음으로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2003년 성공회 주교로 서품을 받은 진 로빈슨이 주인공인 다큐멘터리다. 로빈슨 주교는 2009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 축하 행사에서 축도를 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이 작품은 지난해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고 국내 디엠지(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도 초청됐다.

지난달 16일 개봉한 이 작품은 최근 김조광수 영화감독과 공개 동성 결혼식을 한 김승환씨가 대표인 레인보우팩토리가 수입·배급을 맡았다. 김 대표는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사람 중 기독교도가 많아 함께 얘기해봤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수입했는데 일부에서 영화 보는 것 자체를 막고 있다”고 말했다. ‘무지개감신’ 회원 함영원(22)씨는 “행사는 다른 장소를 빌려 진행했지만 무척 놀랐다. 온라인에서 일부 기독교 단체들이 행사 담당 학생 휴대전화 번호까지 공개해 이 학생은 협박성 전화와 문자메시지에 시달려야 했다”고 말했다.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서울대 단과대 학생회장 연석회의 등은 1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본부 앞에서 ‘<로빈슨…>과 성소수자 혐오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어떤 종교적 원칙도 자신들의 편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내 자치활동을 방해하고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데 이용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서울대에선 이 작품 상영회가 열렸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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