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천리장성 위치 수정 요구에
저자들 “학계 통설에 어긋나” 주장
저자들 “학계 통설에 어긋나” 주장
검정을 통과한 7개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교육부가 내린 수정명령에서 또 문제가 발견됐다. 역사학계의 통설과 어긋나는 내용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부실 수정명령’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한겨레> 3일치 10면 참조)
금성출판사 저자들은 4일 보도자료를 내어 교육부가 해당 교과서에 내린 수정명령 가운데 ‘고구려 때 천리장성의 위치를 고치라’고 한 내용이 학계의 연구현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성 교과서 55쪽에 실린 ‘고구려와 수·당의 전쟁’ 관련 지도를 보면, 천리장성의 위치가 한반도 지도 위에 표시돼 있다. 교육부는 오른쪽 위 부여성에서 왼쪽 아래 잉커우(현재 중국 랴오닝성 다롄 부근)로 연결된 천리장성의 위치가 틀렸다며 수정명령을 했다. 천리장성의 종점이 잉커우가 아니라 한반도와 더 가까운 비사성(랴오닝성 진저우 유이향 부근) 쪽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천리장성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사료인 <삼국사기>에는 “동북 기점이 ‘부여성’, 서남 종점은 ‘바다’이고, 길이가 1000여리에 달한다”고 나와 있다. 사료에 그저 ‘바다’라고 나온 부분을 교육부는 ‘비사성’, 교과서 저자들은 ‘잉커우’라고 달리 주장한 것이다.
금성 교과서의 저자인 여호규 한국외국어대 교수(사학)는 “부여성의 위치는 능안 일대로 보는 것이 학계의 통설인데, 이에 입각하면 천리장성의 서남 종점은 능안에서 1000여리(500㎞, 삼국사기의 1리는 현행 0.393㎞가 아니라 당나라 표준이던 0.5㎞임) 떨어진 랴오허강 하구 잉커우 일대가 된다. 만약 교육부 수정명령대로 비사성을 종점으로 보게 되면 천리장성의 길이가 750여㎞, 1500리 정도가 돼 사료와 다르게 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또 이 지도에 대해 “고구려 천리장성은 중국의 만리장성이나 고려의 천리장성과는 달리 성벽이 길게 이어져 있는 형태를 갖추고 있지 않으니 성곽 표시를 지우고 점선 등으로 표시하라”고 수정명령을 내렸다. 저자들은 천리장성과 관련한 학설은 여러가지이나 토벽을 축조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반박했다. 여 교수는 “백번 양보해 여러 학설을 모두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렇게 지도를 그린 이유를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수정명령까지 내린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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