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아들을 돌보던 40대 가장이 아들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일 서울 관악경찰서의 설명을 종합하면, 자폐성 장애 1급인 강아무개(17)군이 지난달 9일 저녁 8시30분께 서울 관악구 청룡동 한 주택 안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집 안에서는 강군의 아버지(49)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A4 용지 3~4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이 땅에서 발달장애인을 둔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건 너무 힘든 것 같다. 힘든 아들은 내가 데리고 간다. 아들과 함께 묻어달라’는 내용이었다. 정부의 발달장애인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아버지 강씨의 주검은 다음날 오전 9시께 아들과 함께 오르곤 하던 청룡산에서 등산객의 신고로 발견됐다. 나무에 목을 맨 채 숨진 강씨 옆에는 집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내용의 유서가 놓여 있었다.
법무사 사무실 직원으로 일하며 10년 넘게 아들을 돌본 강씨는 최근 아들의 병세가 심해지자 가족들에게 고통을 호소해왔다. 강군은 자폐성 장애 1급 가운데서도 증상이 심한 편이었다. 지난 6월부터는 문제 행동이 심해지면서 특수학교도 다닐 수 없었다. 강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한달 전부터 아들을 보호해줄 시설을 수소문했지만 아들을 보낼 만한 시설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강군 부검 결과와 강씨의 유서 내용, 외부 침입 흔적이 없는 현장 상황 등으로 볼 때 강씨가 아들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확실해 수사를 종결했다”고 밝혔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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