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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 교과서 표현, 지우라는 정부

등록 2013-11-29 16:17수정 2013-11-29 22:28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 박종철 고문치사뒤 거짓 발표한 내용

한국사 교과서 7종에 수정명령…“안고치면 발행정지”
독재비판 서술 등 포함…저자들 “절대 못고친다” 거부
교육부가 고교 한국사 교과서 7종에 대한 수정명령을 내리면서 과거 독재체제를 비판적으로 서술한 내용을 긍정적으로 고치도록 했다. 교학사 교과서의 역사왜곡에 이어 정부까지 나서 ‘독재 미화’ 교과서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검정을 통과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에 대해 지난달 21일 권고한 829건의 수정·보완 사항의 수용 여부를 수정심의회가 심의한 뒤 미진하다고 판단된 41건을 수정하도록 7종 교과서 출판사에 명령했다고 29일 밝혔다.

수정명령 내용을 보면, 교육부는 미래엔출판사 교과서에 등장하는 소주제명 가운데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다니!’ ‘피로 얼룩진 5·18 민주화운동’ ‘궁지에 몰린 전두환 정부’(322~337쪽) 등이 교과서 용어로 부적절하다며 다른 표현으로 바꾸라고 명령했다.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다니’란 표현은 1987년 1월 서울대생 박종철씨가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을 당하다 숨진 뒤 경찰이 사인을 숨기기 위해 거짓으로 발표한 내용에서 따온 것이다. 이 사건은 진실이 드러나면서 같은 해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심은석 교육부 교육정책실장은 “‘탁 치니, 억 하고 죽다니’ 등은 신문에도 난 얘기지만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제목보다는 긍정적인 인식을 갖도록 소제목을 바꿔 달라고 수정명령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성호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다니’란 표현이 나오게 된 상황을 일으킨 국가권력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갖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부정적인 인상을 가질까봐 빼라는 것은 독재를 찬양하라는 건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금성출판사 교과서가 박정희 정부 시기 경제개발 정책의 특징을 서술한 대목 중 “외자도입을 통한 경제개발과 수출주도형 성장정책 역시 성과가 컸던 만큼 부작용도 많았다. … 1997년 말에 외환위기가 일어나는 한 원인이 되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며 외환위기와 관련한 해석을 삭제하라고 명령했다. 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여러 원인 중 하나라는 건데 그것 자체를 지우라는 것은 다양한 학설을 소개하는 차원에서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교과서 저자들은 수정명령의 내용과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어 파문이 확대될 전망이다. 애초 친일·독재 편향적 서술로 교과서 논란을 불러일으킨 교학사와 이번에 수정명령 건수가 0건인 리베르출판사를 제외한 나머지 6개 교과서의 집필진은 교육부의 수정명령을 거부하기로 했다.

미래엔 교과서 저자인 한철호 동국대 교수(역사교육학)는 “수정명령을 취소하라는 가처분신청을 낼 계획이다. 집필자들끼리 모두 협의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수정명령을 받아들이지 않는 교과서는 발행을 정지시키겠다고 밝혔다.

전종휘 음성원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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