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시간 일자리 채용박람회’
1만여명 중 70%가 비정규직 해당
삼성은 6천명 모두 한시직 선발
“속빈 시간제…정부 지원 삭감해야”
1만여명 중 70%가 비정규직 해당
삼성은 6천명 모두 한시직 선발
“속빈 시간제…정부 지원 삭감해야”
‘2013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 박람회’ 때 국내 주요 대기업이 내년 상반기까지 도입하기로 한 시간제 일자리 가운데 열에 일곱은 정규직이 아니라 1~2년짜리 임시직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양질의 일자리 박람회’로 크게 홍보하며 3억원 남짓을 들여 이번 행사를 주최했다.
28일 고용노동부와 김경협 민주당 의원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박근혜 정부의 정책 의지에 따라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첫선을 보인 ‘시간제 일자리 박람회’에서 10개 그룹이 내년 상반기까지 채용하기로 한 1만865명 가운데 7000명가량은 1~2년짜리 한시직이다. 삼성·엘지(LG)·에스케이(SK)·신세계·롯데·한진·지에스(GS) 등 7개 그룹이 채용 대상의 전체 또는 일부를 길게는 2년까지만 고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확인 결과, 삼성은 20개 계열사에서 뽑는 6000명 전체를 2년짜리 비정규직으로, 한진·에스케이·지에스도 각각 250명, 20명, 10명을 1년짜리로 뽑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신세계와 롯데도 일부를 계약직으로 뽑는다고 해 최대 7000명 정도가 한시적으로 채용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한시적 시간제’는 아르바이트처럼 하루 근무시간도 제한적인데다 ‘계속 근무’에 대한 기대가 어려워 비정규직 가운데서도 가장 저급하고 불안정한 고용 형태로 꼽힌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이명박 정부의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나 박근혜 정부가 마련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지원 제도의 조건으로 △정규직(무기계약직) △최저임금 130% 이상의 급여 수준 보장 △전일제 노동자와의 균등한 대우 등을 내세워왔다. 이 경우 인건비의 절반을 지원한다.
김경협 의원은 “(의원실에서 직접 박람회 부스를 돌며) 상담을 받은 결과, 한시 계약직 일자리, 정규직화 계획이 없는 시간제 일자리가 넘쳤고 몇몇 기업은 내년도 최저임금(시간당 5210원) 수준의 질 나쁜 시간제 일자리를 제시했다. (역시 부스를 차린) 한국산업인력공단과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은 내년 채용 예정이라면서도 더 이상의 구체적 채용 정보는 주지 않았다. 대기업이란 가면 속에 숨겨진 저질의 시간제 일자리에 이뤄지는 정부의 지원을 삭감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시간제 일자리 창출 기업은 비정규직을 채용해도 ‘고용창출 투자세액 공제’ 제도를 통해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고, 중소기업일 경우에는 국민연금·고용보험료도 2년간 전액 지원받는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런 지적에 대해 “박람회 참여 기업이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계약기간 뒤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하고 전일제와 처우 차별 등이 없어 양질의 시간제로 봤다. 향후 기업들을 잘 유도해 가겠다”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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