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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법조 담당 기자에게 ‘불금’이란?
금요일마다 발표되는 굵직한 사건들

등록 2013-11-22 15:37수정 2013-11-22 17:33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주말 거치며 이슈 약해져…“검찰이 국민의 알권리 침해”
‘불타는 금요일’ 대 ‘불안한 금요일’

22일 오늘은 ‘불금’이다. 주말 휴일을 앞두고 ‘불타는 금요일’을 보낼 생각에 많은 직장인들의 엉덩이가 아침부터 들썩인다. 하지만, 한 주의 스트레스를 불태워야 할 금요일이 반갑지 않은 부류들이 있다. 휴일을 앞뒀다는 기쁨보다는 불안함에 아침부터 안절부절 엉덩이가 들썩인다. 불타는 금요일이 아닌, 불안한 금요일을 보내야 하는 그들. 언론에서 법조 영역을 담당하는 기자들이다.

금요일을 앞둔 목요일부터 ‘내일은 무슨 큰 일이 벌어질까?’ 불안해진다. 어제(21일)도 불안의 기운이 엄습했다. 법무부가 오늘 검사징계위원회를 열어 국가정보원 직원의 체포 등을 상부에 알리지 않고 집행했다는 이유로 감찰 대상이 된 윤석열(53) 여주지청장에 대한 징계내용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징계 내용 발표는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지만, 불안의 요소는 다른 데 있었다. 같은 날 박근혜 대통령이 김진태(61) 검찰총장 후보자를 정식 임명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부당 징계 논란이 일고 있는 윤 지청장 징계 문제는 ‘새 검찰총장 취임’이라는 뉴스에 가려질 수 있다. 다행히(?) 법무부는 이날 검사징계위원회를 연기했고, 청와대는 검찰총장 임명을 미뤘다.

겨우 이 정도 갖고 법조 담당 기자들이 ‘불안한 금요일’을 운운한다면, 엄살이라 여길 수 있다. 잠시 가까운 과거를 살펴보자.

6월14일 금요일 검찰은 국정원 대선 여론조작·정치개입 사건 수사 내용을 발표했다.

9월13일 금요일 황교안(56) 법무부 장관은 채동욱(54) 전 검찰총장의 혼외 자녀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지시를 내렸다. 채 전 총장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9월27일 금요일 법무부는 “채 전 총장에 대한 의혹이 사실이라고 의심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참고인 진술과 자료를 확보했다”는 요지의 진상규명 결과를 발표했다.

10월18일 금요일 조영곤(55) 서울중앙지검장은 국정원의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의 팀장이었던 윤석열 지청장을 국정원 직원들의 압수수색·체포 영장 청구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팀에서 17일 오후 6시 배제한 사실이 이날 알려졌다.

11월8일 금요일 대검찰청은 수사 진행 상황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찰을 한 윤석열 지청장의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

11월15일 금요일 서울중앙지검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조명균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이 대화록 초본을 의도적으로 폐기했다는 수사결과를 내놓았다.

법조 담당 기자들은 이를 두고 “검찰을 위해 신이 금요일을 창조했다는 말이 유행인데, 신이 기자는 버린 것 같다”는 체념섞인 반응부터 “자꾸 금요일에 중요 발표를 하면 검찰을 상대로 싸워야 한다”까지 다양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금요일에 약속을 잡지 못한다는 법조 담당 기자도 있다.

기자들이 금요일에 할 일이 많아져 ‘불만인 금요일’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검찰이 주요하고 중요한 내용을 금요일에 발표했을 때의 효과 때문에 불안하다는 소리다.

주요 사건 수사 결과는 일반적으로 금요일에 발표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 ‘주요 사건 수사 결과는 일반적으로 금요일에 발표한다.’로 바꾸어야 할 듯 싶다. 중요 사건 수사 결과를 금요일을 피해 발표하는 이유는 주말을 거치면서 이슈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한 주의 피로를 푸느라 의미있는 수사 결과 등에 눈길 줄 짬이 줄어든다. 주요 신문들은 일요일치를 발행하지 않는다. 방송 뉴스 분량도 주말에는 평일보다 적다. 지난 6월 국정원 사건을 금요일에 발표한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검찰 관계자는 망설임없이 한마디 했다. “금요일에 하는 건, 사건(수사 내용 확산)을 죽이려는 거지. 딴 거 없어요.” 이런 의도를 갖고 금요일에 중요한 내용을 발표하는 행태를 반복하는 것은 검찰이 스스로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과 다름없다.

‘불안한 금요일’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0년 7월16일 금요일,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 기업인 효성그룹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1년 4월15일 금요일, 뇌물 받은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한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이들 사건의 수사 결과 발표가 있은 뒤 검찰은 ‘소극적으로 수사하고, 면피용 결과를 내놓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2012년 6월8일 금요일 오후 2시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저 터 헐값 매입 사건 수사 결과를 공개했다. 그러나 이 때는 검찰의 ‘금요일 발표’ 꼼수가 통하지 않았다. 법조 담당 기자들이 금요일 공개한 내용을 다음주 월요일자(11일치)로 보도하기로 의견을 모았던 것이다. 진보·보수지를 막론하고 언론은 검찰의 봐주기식 수사를 비판했다. 당시 고위급 검찰 관계자는 기자들의 의기투합에 당황해했다는 후문이다.

박근혜 정부 내내 ‘불안한 금요일’의 법칙은 이어질까? ‘정치 검찰’을 비판하는 기자들에게 ‘우리는 정권·정치권의 입김에 흔들리지 않는다’며 볼멘 소리를 하는 검사들이 있다. 궁금하다. 당신(검사)들의 금요일은 정말 편안한지.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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