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국정원이 선거판에 ‘사이버 삐라’ 121만장 뿌린 것”

등록 2013-11-21 20:07수정 2013-11-22 15:28

무더기 트위터 글 파장
대선 개입 글 2만6550개, 자동복사 프로그램 이용 확산
전문가 “인신공격 등 정치 혐오 조장…공론의 장 파괴”
“선거전술적으로 잘 기획된 2만6000종의 ‘사이버 삐라(전단지)’를 수십 또는 수백장씩 복사해 모두 121만장을 만든 뒤 여론 형성의 장인 트위터 공간에 뿌린 것이다. 이 사이버 삐라는 일반 삐라와 달리 그것을 받은 한 사람만 읽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읽은 사람들의 팔로어 계정으로 수없이 확산된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9일 오후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을 위해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손수건으로 땀을 닦고 있다. 민주당은 21일 황 법무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9일 오후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을 위해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손수건으로 땀을 닦고 있다. 민주당은 21일 황 법무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한 검찰 관계자는 국가정보원이 지난해 대선에 개입할 목적으로 트위터에 올리거나 퍼나른 글이 121만여건에 이른다는 검찰 발표가 나온 21일 이렇게 말했다. 선거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에 대량으로 배포된 글의 의미와 영향력을 잘 설명해 주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퍼나르기를 통해 확대재생산되는 트위터의 특성상 121만건의 불법 트위터 글이 얼마나 더 큰 규모로 퍼져나갔는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고 지적한다.

■ “트위터 글 121만228건, 모두 위법” 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정회)이 이날 밝힌 원세훈(62) 전 국정원장의 공소장 변경허가 신청서 내용을 보면, 국정원 직원들은 트위터 계정 2600여개로 대선 관련 글 64만7443건, 정치 및 총선 관련 글 56만2785건 등 모두 121만228건을 트위터에 올렸다. 검찰은 이 글들이 각각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121만228건 가운데 86.1%인 104만2116건의 트위터 글은,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직접 쓰거나 제3자의 글을 퍼온 2만6550건의 ‘원글’을 자동 복사·전파 프로그램(봇 또는 트위트덱)으로 리트위트한 것이다. 국정원 직원들은 1회당 20~30개 계정을 설정해 원글이 일분일초도 틀리지 않고 동시에 리트위트되도록 했다. 모태가 된 2만6550건의 원글은 지난달 18일 검찰이 원 전 원장 공소장을 1차 변경할 때 추가한 트위터글 5만5689건 가운데 일부다. 검찰은 이런 프로그램을 이용한 것이 국정원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정황을 더욱 짙게 만들어준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121만건 글의 내용이 이미 기존 것과 유사하고, 자동프로그램으로 숫자만 급격히 불어났다. 검찰의 공소장 변경은 3가지 유인물에 불과한 것을 마치 100만가지 유인물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트위터 글을 대량 리트위트한 사실을 인정하는 해명이다. 국정원 차원의 조직적 행위라는 걸 자백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유승찬 소셜미디어 컨설턴트도 “이 정도 규모로 이뤄진 거라면 단지 문서를 생산하고 전파하는 게 아니라, 이것을 얼마나 넓게 전파시킬지 조직적으로 연구한 결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런 내용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소장에 추가해달라고 20일 저녁 법원에 요청했다. 원 전 원장의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는 22일 오후 4시 예정에 없던 기일을 추가로 잡아 검찰의 2차 공소장 변경 신청서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 실제 파급효과는? ‘121만’이라는 숫자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선 121만여건의 트위터 글은 ‘원글’ 2만6550건에서 리트위트로 파생돼 나온 것인데, 이 원글의 규모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달 18일 공소장에 추가했던 5만5689개 트위터 글 가운데 국정원 직원 본인이 아닌 외부 조력자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글 2만7000여건을 제외하고, 나머지 글만 원글로 삼아 리트위트를 분석했다. 외부 조력자의 글은 재판에서 입증 과정이 복잡해져 재판 진행이 더뎌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따라서 제외된 트위터 글 2만7000여건을 포함하고, 이 글을 원재료 삼아 리트위트한 결과물까지 분석한다면 실제 국정원의 대선·정치 개입 관련 트위터 글은 수백만건이 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한겨레> 8월19일치 1면 참조)

또 트위터 글 121만건만 보더라도 이 글들이 이후 얼마나 더 퍼져나갔는지는 예측의 범위를 넘어선다. 각 글을 팔로어가 10명씩 있는 트위터 사용자가 리트위트했다고 가정하면 1000만건 넘게 퍼져나갔다는 계산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트위터는 던져놓으면 알아서 유통된다. 121만여건은 국정원이 직원 계정을 이용해 트위터 네트워크에 던진 숫자를 의미할 뿐”이라고 말했다. 121만여건은 국정원 직원들이 작성하거나 뿌린 수치일 뿐, 실제로 이렇게 뿌려진 글을 누가 얼마나 봤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는 뜻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전문가들도 ‘121만건’이라는 숫자만으로도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장덕진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검찰이 자신감을 갖고 공소장에 추가한 부분이 121만여건이라면 드러나지 않은 글은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 활동을 활발히 하는 이른바 ‘파워트위터리안’들을 통해 무한 확대재생산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중혁 대구대 컴퓨터아이티(IT) 공학부 교수는 “에스엔에스에 올라온 글 가운데 신변잡기를 제외한 공공에 관한 글이 보통 하루 10만~20만건 수준임을 감안하면 국정원 직원이 쓴 글 120여만건은 굉장히 많다”고 평가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연구 결과를 보면, 절반 이상의 트위터 글이 8분 안에 리트위트되고 평균 4600명한테 전달된다. 트위터는 정보를 전파하는 데 손쉽고 빠른데다 확산 속도 면에서는 사회적인 이슈가 빠르게 전파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의 엄청난 리트위트 행위는 ‘노출 극대화’를 위한 전략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위터 공간에서는 서로 다른 내용의 글 100개보다, 99번 리트위트된 1개의 글이 훨씬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국정원 직원들이 올린 인터넷 게시글·댓글과 트위터 글의 영향력이 미미했다는 새누리당과 보수언론, 국정원의 주장은 힘을 잃게 됐다. 이들은 지난 6월 검찰 수사결과 발표 직후 “고작 73건에 불과하다”며 게시글·댓글의 영향력을 폄하하더니 이후 불법 트위터 글 5만5689건이 추가로 드러나자 “국내에서 4개월간 생산된 트위터 글의 0.02%에 불과하다”며 의미를 축소해왔다.

국정원의 이런 트위터 활동은 결과적으로 선거에서 시민의 공론장을 파괴하는 구실을 했다. 유승찬 컨설턴트는 “국정원이 쓴 트위터 내용을 보면 인신공격을 하는 등 정치혐오를 부추기는 내용이 많다. 소셜미디어의 신뢰도를 저하하고 정치적 혼탁을 조성했다.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은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는 이른바 ‘확증 편향’을 갖고 있는데 야권 후보에게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확증 편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덕진 교수는 “극우적인 주장 등 감히 쓸 수 없는 글도 자동 복사·전파 프로그램을 통할 경우 자신감을 얻어 전파할 수 있게 되는 부수적인 효과가 일어났을 수 있다”고 말했다.


봇프로그램 국정원 직원들이 트위터 글을 자동으로 퍼나르는 용도로 활용한 ‘봇’(bot) 프로그램은 미리 만들어 놓은 수십개의 트위터 계정에 특정 사이트나 트위터 계정의 글을 자동으로 올리는 프로그램이다. 국정원 직원들은 특정 언론사의 대선·정치 관련 인터넷 기사나 보수 논객의 블로그·트위터 글을 30분 또는 1시간마다 20~30개의 계정으로 퍼나르도록 봇 프로그램을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트덱 국정원 직원들이 활용한 ‘트위트덱’이라는 프로그램은 국정원 직원이 직접 작성한 글이나 보수 논객의 글을 미리 만들어 놓은 수십개의 트위터 계정으로 한 번에 올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봇프로그램처럼 특정 사이트나 특정 계정에 연동해 놓고 자동으로 글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올릴 글과 퍼나를 글을 그때그때 선택해야 한다.

김원철 박유리 박승헌 김효진 기자 wonchul@hani.co.kr

[관련영상] [한겨레 캐스트#198] 국정원·군이 공모한 ‘댓글 범죄’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