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앞 육교에 수능시험 수험생들을 응원하는 글귀가 적혀 있는 가운데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다. 올해 수능시험은 7일 치러진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수능 앞 노량진에 ‘응원의 다리’
대학생광고동아리가 육교 메시지
수험생들 “고맙고 마음 따뜻해져”
대학생광고동아리가 육교 메시지
수험생들 “고맙고 마음 따뜻해져”
“모두가 널 응원하고 있어.”
3일 서울 동작구 지하철1호선 노량진역 앞 육교를 오가는 수험생들은 양쪽 난간에 붙은 응원 문구에 눈길을 돌렸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나흘 앞둔 이날도 휴일을 잊은 채 학원과 독서실을 오가는 이들은, ‘응원의 다리’ 위에서 발걸음을 잠시나마 늦추며 위안을 얻었다. 이번에 수능시험을 치르는 한동훈(18)군은 “누군지는 모르지만 응원해주는 게 고맙다”며 ‘수리영역 파이널 특강’을 듣기 위해 걸음을 재촉했다.
입시학원이 밀집한 노량진의 육교를 ‘응원의 다리’로 변신시킨 건 대학생광고연합동아리 ‘에드파워’의 대학생 5명(장다빈·강주희·정의홍·이재권·이승욱)이다. 마포대교 ‘생명의 다리’ 프로젝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생명의 다리’는 투신자가 많은 마포대교 난간에 희망을 전하는 메시지 전등을 부착한 자살 예방 기획이다.
장다빈(24·숙명여대)씨는 “마포대교를 찾는 사람들처럼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온 수험생들도 비슷한 불안과 걱정에 시달릴 것 같아서 따뜻한 문구로 힘을 주고 싶었다. 우리가 수험생일 때 듣고 싶은 말이기도 했고, 지금 취업준비생으로 느끼는 불안을 달래는 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문구판(가로 90㎝, 세로 14㎝)은 모두 40개다. ‘잘 버텨줘서 고마워’, ‘서두르지 말되 멈추진 말자’, ‘다섯 개의 보기보다 너의 길은 훨씬 많아’, ‘밥은 먹고 하는 거야?’, ‘수능 끝나고 나랑 만나자’ 등 다양한 응원과 안부의 메시지를 담았다. 지난달 23일 처음 설치한 뒤 ‘무허가 광고물’이란 이유로 동작구청에서 한 번 철거당했지만 지난 1일 새벽 다시 만들었다. 이재권(25·가톨릭대)씨는 “허가 절차는 밟고 있지만, 그 전에 수능이 끝날 것 같아 일단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재수생 서진주(20·여)씨는 “같은 학원 친구들도 다들 좋아한다. 나는 ‘스스로를 믿어’란 문구가 마음에 들어서 지날 때마다 본다”고 말했다. 올해 네 번째로 수능시험을 치르는 김아무개(23)씨도 “어느 한 문구 빼놓지 않고 모두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용제(23)씨는 “수능 준비생은 아니지만 ‘힘들었지?’란 물음이 좋다. 대학에서도 학점 경쟁 한다고 서로 안부도 잘 묻지 않는데, 이런 문구들을 보니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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