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수익성 알고도 수주 드러나
박기춘 의원, 이사회 의사록 공개
박기춘 의원, 이사회 의사록 공개
한국수자원공사(수공)가 타이 정부와 불공정한 물관리 사업 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한겨레> 10월2일치 1·3면), 수공이 애초 이 사업의 수익성이 낮다는 것을 알고도 4대강 사업의 홍보 효과를 노려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해온 사실이 확인됐다.
23일 <한겨레>가 박기춘 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수공의 지난 4월30일 비공개 이사회 의사록을 보면, 수공의 박아무개(57) 이사는 “본 사업의 경우 (국내의)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긍정적 평가 및 기업 위상 제고 등 부수적 효익이 크다고 판단되므로, 수익성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라”고 말했다.
또다른 박아무개(51) 이사는 “수익성만 고려해선 안 되며,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새 정부(박근혜 정부)와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할 것 같다”고 주문했다. 강아무개(64) 상임감사는 “본 사업은 수익성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성공적 사업 수주가 갖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화답했다.
4대강 사업의 ‘1등 공신’으로 꼽히는 김건호(69) 당시 수공 사장도 “수익성에 대해선 여러 이사님들이 말씀하신 바와 같이 리스크를 최소화하되, 수익만을 목표로 하지 않고 홍수 등으로 고통받는 국가에서의 수공의 역할을 최대화하면서, 공동 참여 건설사와 효과적 사업 추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사장은 임기 5년을 마치고 지난 7월 퇴임했다. 현재 수공 사장은 공석이다.
수공은 이날 이사회 의결에 따라 5월3일 타이 정부에 해당 사업의 ‘최종제안서’를 제출하고, 6월10일 6조2000억원 규모인 타이 물관리 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수공은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운 공사 구간 거주자들의 토지·자산 보상 및 이주비 등을 떠안고, 5년 안에 완공하지 못하면 매일 공사비의 0.05%를 물기로 하는 등 불공정 계약 논란이 제기됐다. 최종 계약은 연말로 예정돼 있다.
수공 이사진은 해당 발언이 있었던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수익성 포기’ 취지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수공 관계자는 “수익을 고려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4대강 사업의 모델을 수출한다는 의의가 크다는 취지의 원론적 이야기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박기춘 의원은 “수공 내부에서조차 타이 물관리 사업의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국익에 오히려 반할 뿐 아니라, 4대강 사업의 홍보라는 정치적 목적밖에 남지 않은 이 사업의 추진 여부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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