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기본요금보다 ‘거리도수요금’ 더 올라
단거리 비해 장거리 요금 인상폭 더 커
단거리 비해 장거리 요금 인상폭 더 커
택시요금이 오를 때마다 승객은 승객대로, 기사는 기사대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승객들 입장에선 ‘인상’이라는 말 자체만으로도 가슴이 묵직해진다. 단거리 이동 때 택시를 타는 게 좋을지, 아니면 장거리 이동 때 유리한지도 도통 감을 잡기 어렵다.
택시 기사들 입장에서도 뾰루퉁해진 승객들을 대하는 마음이 가볍지 않다. 영업용 택시 기사들의 월급 봉투가 요금인상 몫만큼 두툼해지는 것도 아니다. ‘화풀이’를 하는 승객까지 만나면 입씨름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서울시가 지난 12일 택시요금을 인상했다. 요금 때마다 나타나는 진통이 이번에도 반복됐다. <한겨레> SNS팀은 ‘88 올림픽’을 앞둔 1988년 4월 중형택시제도가 도입된 이후부터 서울시 중형택시 요금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요금 인상 변천사를 꼼꼼히 따져봤다.
■ 기본 요금보다 ‘거리도수요금’이 더 올라
우선, 서울에 중형택시 제도가 도입된 이후 25년 6개월 동안의 요금을 보면, 기본요금보다 거리도수요금이 더 오른 것으로 드러났다. 1988년 기본요금은 800원, 거리도수요금은 600m당 100원이었다. 지난 12일 인상된 택시요금의 기본요금은 3000원이고, 거리도수요금은 142m당 100원이다. 비교를 위해 거리도수요금을 600m로 맞추면 이번에 인상된 택시요금 가운데 거리도수요금은 423원이다. 88년 대비 2013년 요금 상승분을 보면, 기본요금은 275%, 거리도수요금은 323%가 상승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거리도수요금 상승분이 더 크다는 것은, 장거리 이동 때 택시를 이용할수록 불리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거리도수요금은 사람들이 쉽게 계산하기 힘들어, 거리도수요금을 올리는 것이 기본요금을 올리는 것보다 사람들의 저항이 덜하게 된다. 정책 담당자들이 거리도수요금을 올리는 쪽으로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장거리 갈수록 손님에게 불리
25년6개월 동안 기본요금보다 거리도수요금이 더 올라 장거리 손님한테 불리하다는 사실은 ‘시뮬레이션’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시속 15km 미만일 경우 시간·거리를 병산하는 실제 요금 산정 방식은 적용하지 않았다. 복잡다단한 교통체증을 변수로 고려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 요금은 시뮬레이션 요금보다 더 많이 나올 수 있다.
시뮬레이션의 정확도를 검증하기 위해 관악구 서울대입구 전철역부터 마포구 한겨레신문사까지 10㎞가 약간 넘는 구간을 택시를 타봤다. 막히지 않았을 때 8800원의 요금이 나와, 시뮬레이션상의 수치와 거의 비슷했다.
■ 1988년부터 2013년까지 구간별 요금인상률 비교해보니
우선 택시를 타고 3㎞를 이동할 경우 최소요금은 1988년 4월엔 967원, 지금은 3704원이 나온다. 대략 서울 시청~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앞까지의 거리이다. 25년6개월동안 이 구간 인상분이 283%였다.
택시를 타고 5㎞를 이동할 경우엔 최소요금 기준으로 1988년 4월엔 1300원, 지금은 5113원이 나온다. 인상률은 293.3%였다. 서울 시청역~용산역까지가 이 거리에 해당한다. 또한 10㎞, 20㎞를 이동할 경우 최소요금 인상률은 각각 304.8%, 312.5%였다. 전반적으로 거리가 길어질수록 인상폭도 커짐을 알 수 있다.
택시요금 인상폭을 좀더 실감있게 전달하기 위해 신라면의 가격 변동과 비교해봤다. 농심이 제공한 자료를 보면, 1988년 신라면 가격은 200원이었고, 현재는 780원이다. 25년여동안 신라면 가격 인상분은 290%다. 신라면 인상폭이 기본요금과 거리도수요금 인상률의 중간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민선 시장 시절 택시비 더 올랐다
관선 시장 시절보다는 1995년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민선 시장 시절 택시비가 더 많이 오르는 경향을 보인 점도 특이한 대목이다. 조순 서울 시장은 1995년 서울시장으로 당선된 뒤 거리도수요금을 기존 대비 54.%나 인상해, 기본요금과 거리도수요금 인상폭을 벌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직무대행을 했던 강덕기 시장을 제외하면, 고건 서울시장 재직시절(2001년 9월)이나 이명박 시장 재직시절(2005년 6월)에 기본요금과 거리도수 요금이 골고루 큰 폭으로 올랐다.
민선 시장들이 대체로 임기를 1년쯤 앞두고 요금을 인상한 것도 특징적이다. 고건 서울시장은 임기 만료 10개월전인 2001년 9월1일 택시요금을 올렸다. 이명박 시장도 13개월 전, 오세훈 시장 1기 때도 13개월 전, 현 박원순 시장은 임기 9개월 정도를 앞둔 시점에서 택시 요금을 올렸다.
그래픽 조승현, 글 이용인 기자 , 사진 류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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