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감면액 1조1300억중 ‘20대 기업’이 3461억
보험료 할인받으려 산재처리 안하는곳 많아
기업이 치러야할 비용, 건보 가입자가 지는 셈
보험료 할인받으려 산재처리 안하는곳 많아
기업이 치러야할 비용, 건보 가입자가 지는 셈
법인세 감세 특혜를 받고 있는 대기업이 산업재해 보험료에서도 지난해 수천억원대의 감면 혜택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기업이 지난해 산재보험 할인 제도를 통해 감면받은 금액 1조1300억여원의 상당 부분이 대기업 몫이어서 ‘제2의 대기업 특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은수미 민주당 의원이 9일 고용노동부 등에서 제출받은 산재보험 관련 자료들을 분석한 결과, 국내 기업들이 산재 발생 감소로 보험 급여 지출이 적을 경우 보험료를 깎아주는 ‘개별실적 요율’을 적용받아 지난해만 1조1376억원의 산재보험료를 감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20대 대기업의 감면액만 3461억원(30.4%)에 달한다. 기업별로 보면, 삼성이 869억원,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이 858억원, 엘지(LG) 242억원, 에스케이(SK) 234억원, 포스코 229억원, 지에스(GS) 189억원, 롯데 185억원 등이다. 대기업에 감면 혜택이 집중된 것이다.
하지만 산재를 은폐하거나 위험 업무 외주화를 통해 수치상 산재율을 낮추는 대기업들이 적지 않아 제도가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인다. 실제 여러차례 산재 은폐로 고발당한 현대중공업도 2008년 615억5300만원에 이르던 보험료가 2011년 377억8500만원, 2012년에는 305억6000만원으로 할인됐다.
지난해 국회 예산정책처는 산재 미신고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손실 규모가 2014~2018년 5년 동안 최대 2조8693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보고서는 “여러 연구 결과에 비춰, (산재가 발행했을 때) 10분의 1 정도만 산재보험으로 처리되고, 나머지는 건강보험으로 처리된다고 유추”했다. 기업이 산재보험으로 치러야 할 비용을 건강보험 가입자들이 나눠 내는 꼴이다.
개별실적 요율 제도는 산재가 많이 일어나면 보험료를 할증시키도록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보험료를 깎는 수단으로만 쓰이는 문제도 드러났다. 지난해 개별실적 요율제를 적용받는 6만6328개 사업장 가운데 5만704곳(87.5%)이 할인을 받은 반면, 할증 사업장은 7216곳(10.9%)에 그쳤다. 2003년엔 할인 75.4%, 할증 21.3%였다.
이런 현상은 이명박 정부 때 특히 두드러졌다. 할증·할인 규모가 함께 늘던 종전과 달리 2008년부터는 할증액이 줄기 시작했다. 2003년 422억원이던 할증 규모는 2006년 1450억원으로 정점에 오른 뒤 2009년 365억원으로 떨어진 이래 현재까지 2003년치를 밑돈다.
이는 최대 할인폭을 40%로 제한하고 할증·할인 기업 비율을 ‘5 대 5’ 수준으로 나눠 산재보험의 수지나 형평성을 맞추는 일본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김상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기초교육학부)는 “감면이 많으면 개별실적 요율을 적용받지 않는 소규모 사업장이나 3년치 급여내역이 없는 신생 업체의 부담이 그만큼 커져 재분배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은수미 의원은 “제도로 인한 할인 비율 자체가 너무 커 사회보험의 취지를 흔들고 있다. 대기업의 할인폭부터 줄이면서 개별실적 요율제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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