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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고용부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 아니다”…노조, ‘면죄부’ 반발

등록 2013-09-16 20:04수정 2013-09-16 21:32

“협력사 독자성 없다고 보기 어렵다
원청이 제작한 매뉴얼도 필요” 판단
불법파견 요소에도 “논란 여지” 그쳐

노동계 “근로감독결과가 사실 왜곡”
“대법의 현대차 판결과 위배” 비판도
삼성전자서비스 형사고발 검토
고용노동부가 불법파견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사의 관계를 합법적 도급이라고 판단했다. 일부 불법파견의 소지가 있는 업무 행태에 대해서도 시정조처를 하지 않았다. 완전한 면죄부다. 노동계는 ‘객관적 실체를 외면한 삼성 봐주기’라고 반발하며, 불법파견 의혹에 대한 형사고발 의사도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16일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한 수시 근로감독 결과를 브리핑하며 “‘근로자 파견의 판단기준에 관한 지침’에 따라 판단한 결과, 종합적으로 보면 위장도급이나 불법파견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일부 협력사에서 1280명의 시간외수당(1억4600만원) 미지급, 연장근로시간 한도 위반, 휴게시간 미부여 등 근로기준법 위반이 확인돼 개선하도록 조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노동자들이 계약서, 업무매뉴얼 등 각종 서류를 제시하며 삼성의 불법파견 의혹을 제기하자 6월24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삼성전자서비스 본사·지사·직영센터와 9개 협력사 등 14곳을 대상으로 수시 근로감독을 했다.

판단 잣대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협력사 사업주의 경영 실체가 있느냐다. 고용노동부는 삼성과 계약을 맺고 있는 협력사 100여개에 대해 △자기자본으로 회사 설립 △자체 근로자 채용 및 취업규칙 제정·운영 △자체 근로조건 결정 및 임금 지급 △근로자 4대 보험 가입 등을 들어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결여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둘째는 실질적 업무 지휘·명령을 누가 했느냐다. 이 역시 고용노동부는 원·하청간 업무 장소가 분리되고, 작업배치·변경권 행사, 근태관리, 개별적 업무지시 등을 협력사가 했다며 “삼성이 협력사 근로자들을 지휘·명령해 그 업무를 수행토록 한 파견법상 사용사업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고용노동부가 불법파견 요소를 적발하지 못한 건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그간 협력사 노동자 등이 증거로 제시한 △원청의 하청에 대한 재무조사·감사 실태 △하청에 사무실·기자재 일부 무상 제공 △수리비용의 원청 계좌 입금 뒤 (하청에) 지급 △원청의 전산시스템과 업무매뉴얼에 따른 하청 노동자의 작업 수행 △평가를 통한 인센티브 직접 지급 △(업무지시성) 문자메시지 발송 등의 사실은 확인했다. 그러면서도 “(불법파견의)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만 판단했다.

즉 ‘삼성이 협력사에 자체 표준 취업규칙을 하달해왔다’며 노동계가 제시한 증거물 등은 부정하거나, 사업주의 고유 권한인 감사권 등을 삼성이 침해한 사실 등은 인정하되 소극적으로 평가하며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종합적 결론’에 닿은 셈이다.

고용노동부는 아예 한발 더 나아가 ‘서비스 업무 특성상 협력사간 균질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원청이 제작한 업무매뉴얼이 필요하다’고까지 ‘규정’했다. 이는 정부의 ‘근로자 파견 판단지침’엔 없는 내용이다. 이는 엘지전자와 티브로드 등 최근 잇따라 불거진 서비스 분야의 불법파견 의혹을 폭넓게 합법화해주는 장치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노동계의 지속적인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로써 삼성은 100여개 협력사와 도급계약만 맺고도 이들에 대한 재무조사와 감사를 직접 수행하고, 서비스 엔지니어 6000여명의 근태관리·평가·임금 지급 과정 등에 개입할 수 있는 ‘면허증’을 정부로부터 발부받은 모양새가 됐다.

이런 비판에 대해 고용노동부의 최관병 고용차별개선과장은 “종합적으로 봐야지 계량화하듯 항목별로 불법파견이다 아니다 말하기 곤란하다. (불법파견 논란 대목에 대해선) 원청이 하청 업무에 개입했다는 여지는 있지만 불법파견은 아니어서 (해당 사항의 시정조치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등 노동계는 고용노동부를 강력 비난했다. 금속노조는 “(현대차의) 불법고용에 대한 사회적 판단 기준을 제시한 대법원 판결을 무시했다”며 “경제논리와 재벌의 영향력 앞에 굴복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은수미 민주당 의원실은 “대법원은 현대차 불법파견 판단 때 자동차에 붙은 작업지시표, 부품일람표 등을 업무지휘의 일종으로 보았다”며 “결국 제조업, 서비스업 등 산업별로 도급·파견을 달리 해석한다는 것인데 법적 안정성이 보장되겠느냐”고 지적했다.

협력사 노동자 1004명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류하경 변호사 등 삼성공대위는 “협력사의 법인 설립 비용은 금액이 적어 독립성 판단의 근거가 되지 못하고, 실질적으로 본사가 협력사의 운영계획을 세우면서 (운영) 비용을 지원하고, 표준 취업규칙을 만들어 내려보낸다. 본사 콜센터가 피디에이를 통해 업무지시를 하는 과정에 협력사 사장이나 팀장은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며 “수시 근로감독 결과는 사실 왜곡과 거짓말투성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불법파견 의혹을 뒷받침하는 도급계약서와 협력사 사장의 증언, 통합시스템, 채용공고 등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의 이날 발표에 따라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노동자의 불법파견 의혹 건은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이 진행중인 서울중앙지법으로 공이 넘어가게 됐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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