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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김구, ‘이상론’이라고 폄하하고
이승만, ‘현실론’으로 추어올려

등록 2013-09-09 08:20수정 2013-09-10 17:12

이승만 ‘외교 운동’ 옹호 위해
신채호 ‘무력 항쟁’ 깎아내려
김대중 노벨평화상 안 적고
“북 핵 개발 기회 주었다”
초판에선 5·18 더 심하게 왜곡
“대규모 시위 일어나 진압군 투입”
“김구와 김규식은 김일성으로부터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5월9일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306쪽)

역사왜곡 논란을 빚고 있는 뉴라이트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교학사)가 1948년 김구 선생의 ‘남북협상’에 대해 서술한 부분이다. 다른 교과서들이 “김구는 남북한 각각 단독 정부 수립을 위한 준비를 거의 마친 것을 알고 있었지만 통일 조국에 대한 희망을 버릴 수 없었다”(두산동아 274쪽)는 식으로 긍정적 의미를 소개한 것과 대조적이다.

8일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보면, 이처럼 특정 시각을 유도하거나 주목받지 않길 바라는 내용은 아예 기술하지 않는 등 사실관계를 이리저리 짜깁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지난 1월 저자들이 국사편찬위원회 검정심의위에 제출한 교과서 초판에서는 5·18 민주화운동을 최종 검정 통과본보다 더 심하게 왜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 통일 문제에 대한 편향적 서술 우선 남북통일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중에서 한쪽 주장만 과도하게 거론하는 부분이 눈에 띈다. 교학사 교과서는 김구 선생의 ‘남북통일정부론’과 이승만 전 대통령의 ‘단독정부론’을 각각 이상론과 현실론으로 규정(309쪽)하며 사실상 전자를 폄하하고, 후자를 추어올렸다.

남북 평화통일을 주장한 김대중 정부에 대한 시각도 비슷했다. 김 전 대통령이 2000년 6월 최초로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이로 인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사실을 적지 않고, “지나친 대북 유화정책을 추진하여 북한으로 하여금 미사일과 핵을 개발하도록 하는 기회를 주었다는 비판을 받았다”(327쪽)며 부정적인 평가만 제시했다.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도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사실은 빼놓고 “대북 유화책이 두드러져서 안보에는 소홀하다는 비판도 받았다”(327쪽)고 적었다.

검정에 합격한 다른 교과서들이 대부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을 의미있게 다루며 ‘통일을 위한 화해와 협력의 모색’으로 평가한 것과 큰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배경식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은 “교학사 교과서에는 남북 간의 평화적 대화를 백안시하고 북진통일론·체제붕괴론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미흡한 통일 인식이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만의 업적을 강조하기 위해 독립운동가 신채호를 비판하는 듯한 서술도 있다. 교과서는 신채호가 외교독립운동과 실력양성운동을 비판하고 일제에 무력으로 항거하자고 한 ‘조선혁명선언’을 탐구활동 자료로 제시하며, “위 사료는 ‘미래의 미일전쟁 등 국제 정세의 변동으로 우리에게 독립의 기회가 오며, 그때까지 독립의 능력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독립의 방책’이라는 외교론과 실력양성론을 정면 부정하고 있다. 그 주장은 과연 타당할까”라고 물었다.

외교론과 실력양성론이 비판받는 지점인 ‘일본의 식민통치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시각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함께 검정을 통과한 다른 교과서들이 실력양성론의 의의와 한계를 동시에 조명해주는 노력을 기울인 점(미래엔 267쪽 등)과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교육홍보실장은 “저자들은 이승만의 외교독립운동을 옹호하기 위해, 민중의 직접 혁명을 주장한 역사적 의미가 있는 신채호의 의열운동을 깎아내리고 있다. 신채호가 부관참시 당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 5·18 민주화운동 왜곡 민주당 이용섭 의원이 관련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지난 1월 국사편찬위에 제출된 검정심사 신청본에는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5월18일 광주에서는 대규모의 시위가 일어나고 진압군이 투입되면서 시위대와 충돌이 일어났다. (중략) 충돌은 유혈화되었고 시위대의 일부가 무장을 하고 도청을 점거하기까지 하였다. 5월27일 계엄사령부는 계엄군을 광주에 진입시켜 광주를 장악하였다. 이 과정에서 유혈사태가 발생하였다”고 서술했다. 대규모 시위에 따라 진압군이 투입돼 유혈사태에 이른 것처럼 기술한 것이다. 7월8일 검정심의위는 “진압군 투입의 선후관계를 확인 후 재서술 요망”이란 보완 요구를 했고, 교과서 내용은 “진압군이 투입되면서 대규모 시위로 번지게 되었다”로 수정됐다.

김지훈 음성원 기자 watchdog@hani.co.kr

‘이승만 영웅전’, 역사왜곡 교과서 심층해부 [한겨레케스트#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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