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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김조광수·김승환 커플, 국내 첫 공개 동성 결혼식

등록 2013-09-07 20:35수정 2013-09-07 22:32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청계천 광통교에서 열린 ‘김조광수와 김승환의 당연한 결혼식, 어느 멋진 날’에서 춤을 추고 있다.  김경호 기자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청계천 광통교에서 열린 ‘김조광수와 김승환의 당연한 결혼식, 어느 멋진 날’에서 춤을 추고 있다. 김경호 기자  
혼인신고 반려되면 행정소송·헌법소원 계획
동성결혼 반대자 2명 무대 난입·오물 투척도
한국에서 처음으로 공개 동성결혼식이 열렸다.

영화감독 김조광수(48)씨와 김승환(29·레인보우팩토리 대표)씨 커플은 7일 오후 6시 서울 청계천 광통교에서 공개 야외 결혼식을 열고 ‘부부’가 됐다. ‘당연한 결혼식! 어느 멋진 날’이란 이름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1000여명(경찰 추산)이 참석해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했다. 주최쪽이 마련한 의자 300석은 금세 동이 났고, 자리에 앉지 못한 많은 하객과 시민들이 무대 건너 인도나 청계천 다리 난간에 서서 결혼식을 지켜봤다. 무대 주변 청계천 난간을 따라 성소수자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이 휘날렸고, 하객들은 보라색 풍선을 흔들며 행사를 즐겼다.

결혼식은 축제처럼 진행됐으며, 영화감독 변영주·김태용·이해영씨가 공동 사회를 맡았다. 축하인사를 위해 무대에 오른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오늘 두 젊은이의 잔치는 오랫동안 자신을 가뒀던 껍질을 깨는 첫 무대이자 사랑의 잔치”라고 말했다. 진선미 민주당 국회의원도 무대에 올라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믿는 사람들이 가족을 이루고 함께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런 당연한 결혼식 앞에 성적 지향에 대한 차별이 있을 순 없다”고 말했다. 일반 시민들도 결혼식을 찾았다. 허혜인씨는 “기혼의 이성애자 남성 개신교인의 입장에서 이 결혼을 찬성하러 나왔다. 이성애자이고 기독교인이라도 이 결혼을 지지할 수 있고 지지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청계천 광통교에서 열린 ‘김조광수와 김승환의 당연한 결혼식, 어느 멋진 날’에서 입맞춤을 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청계천 광통교에서 열린 ‘김조광수와 김승환의 당연한 결혼식, 어느 멋진 날’에서 입맞춤을 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이들 부부는 결혼식에서 ‘몰래한 사랑’을 개사한 뮤지컬을 20여분간 선보이며 게이임을 커밍아웃하고, ‘이제는 대놓고 사랑하겠다’는 선언을 해 하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이밖에 강허달림, 합창단 지보이스, 이디오테잎, 신나는섬이 축하공연을 했다.

행사 도중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이들이 두차례 무대에 난입하기도 했다. 뮤지컬이 막바지에 이른 저녁 7시10분께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한 50대 남성이 무대에 난입해 사회자와 합창단에게 오물을 뿌렸다. 무대 뒤편에서 뛰어든 이 남성은 성경 문구 등이 쓰인 조끼를 입고 있었으며, “된장·인분 등을 섞어왔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주최쪽에 의해 제지돼 무대에서 내려온 뒤에도 “하나님이 두렵지 않느냐”며 10여분간 고성을 질러 행사를 방해했다.

또 두 사람이 부부 선언을 하던 7시24분께 활빈단 소속 60대 남성이 무대 앞쪽에서 난입했다. 이 남성은 “청계천을 더럽히는 동성결혼 박살내자. 온국민이 반대한다”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갑작스런 무대 난입에 행사가 잠시 중단되고 행사 진행 스텝 몇몇이 눈물을 보이기도 했지만, 주최쪽과 하객들은 의연하게 결혼식을 이어갔다. 앞서 결혼식 전날에는 기독엔지오 예수재단 회원들이 무대 작업 현장에 난입해 예배를 하는 등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들은 경찰의 제지로 무대 밖으로 옮겼으나 근처 영풍문고 앞에서 반대 집회를 이어갔다. 이들은 종로경찰서에 두 사람의 결혼식을 반대한다며 집회를 금지해줄 것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들 ‘부부’는 조만간 관할 구청에 혼인신고를 할 계획이다. 신고가 반려될 경우 행정소송·헌법소원 등을 할 것임을 예고해, 앞으로도 국내 ‘동성결혼 합법화’ 논의에 계속해서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결혼식이 시작되기 한 시간 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조 감독은 “결혼식을 마치면 법적으로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간에 저희는 명실공히 부부가 된다. 앞으로 저희를 부부라고 정확하게 불러주시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승환씨는 “양가 부모님 모두 축하해주셨고, 이 자리에도 참석하신다. 법제도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의식도 중요하다. 우리 결혼을 계기로 많은 분들이 ‘동성결혼이 가능한지’에 대해 얘기를 나누시는데, 그 자체가 우리가 원하는 바”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하객들에게 받은 축의금을 모아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렌스젠더 등 성소수자들을 위한 센터를 만드는 데 보탤 계획이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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