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특수고용직 부당처우 공론화…‘노동자 인정’ 입법 시급

등록 2013-08-26 20:16수정 2013-08-26 22:42

<b>종탑위 202일…눈물의 포옹</b>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재능교육지부 오수영 지부장 직무대행(맨 왼쪽)과 여민희 조합원(맨 오른쪽)이 재능교육 노사의 합의안 가결로 농성을 풀고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성당 종탑에서 내려와 지상에서 식사 등을 도와온 김희연 서울서부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와 포옹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종탑위 202일…눈물의 포옹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재능교육지부 오수영 지부장 직무대행(맨 왼쪽)과 여민희 조합원(맨 오른쪽)이 재능교육 노사의 합의안 가결로 농성을 풀고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성당 종탑에서 내려와 지상에서 식사 등을 도와온 김희연 서울서부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와 포옹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재능교육 2076일 투쟁이 남긴 것

해고자 복직·단협 원상복귀 등
학습지 교사 힘모아 다시 쟁취

사쪽과 새 단협 맺어야 하는데
긴 투쟁에 조합원 11명만 남아
노조 일으켜 세우는 게 급선무
‘세계 최장기 투쟁사업장’의 투쟁에 26일 마침내 마침표가 찍혔다.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재능교육지부의 오수영(39) 지부장 직무대행과 여민희(40) 조합원은 이날 오후 202일째 머물던 서울 혜화동성당 종탑에서 내려왔다. ‘원직 복직’과 ‘기존 단체협약 회복’이라는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데만 무려 2076일이 걸렸다.

재능교육 노동자들의 투쟁은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노조 활동의 발판인 단체협약을 해지당한 상황에서 노동자 스스로의 힘으로 이를 다시 쟁취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노조의 투쟁은 2007년 12월 학습지 교사에 대한 수수료 문제를 둘러싼 노사갈등으로 시작한 뒤 이듬해 10월 말 회사가 단협을 일방적으로 파기선언하면서 격화했다. 6년 가까운 세월 동안 노조가 내세운 요구 사안 가운데 핵심적인 내용이 이번에 수용됐다.

더구나 법적으로는 명확히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특수고용 노동자의 처지에서 오랜 투쟁을 끌어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화물기사, 대리운전 기사, 간병 노동자 등이 포함되는 특수고용 노동자는 실질적으로는 노동자처럼 일하면서 법적으로는 개별 사업자로 분류돼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재능교육의 노사 합의는 비록 단일 회사 차원이기는 해도 노동자성을 인정한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그동안 특수고용 노동자의 사용자가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지지 않는 게 한국 사회의 문제였는데, 이번 재능교육 노사 합의는 그런 점에서 분기점이 될 만하다. 소수가 십자가를 지고 오느라 희생이 컸다”고 평가했다. 재능교육지부의 경우 2000년대 초반 3800여명에 달하던 조합원은 지난한 투쟁의 과정에서 11명만 남았다.

다른 장기 투쟁 사업장의 노사 합의가 일정기간 유예기간을 뒀던 것과 달리, 이번 재능교육 합의는 즉각적인 효력을 발생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재능교육을 제외하고는 최장기 투쟁사업장(1895일)이었던 기륭전자와 기아자동차 모닝을 전부 외주생산하는 동희오토의 경우, 합의 당시 6개월~1년6개월가량 시간이 지난 뒤 회사 쪽이 합의 내용을 이행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재능교육의 협상 타결은 투쟁의 완성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에 선 것이라는 시각이 노동계에는 팽배하다. 기울어진 노조를 다시 일으켜 세울 뿐만 아니라 올해 말까지 회사 쪽과 새로운 단협을 맺어야 하는 과제가 남은 탓이다. 회사 쪽은 이날 오후 조인식에서 “장기 노사분규 사업장이라는 인식을 떨쳐 버리고 미래지향적이며 협력과 상생에 기반한 선진 노사관계의 새 장을 열고자 한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번 노사 합의의 정신을 살려 정치권이 재능교육 노동자들과 같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노동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250만명가량으로 추정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재능교육처럼 개별적으로 지난한 투쟁을 거쳐 노동자로 인정받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되레 극심한 사회적 갈등과 낭비를 부를 뿐이라는 지적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낸 성명에서 “사용자가 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근본 원인은 엄연한 노동자임에도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사용자와 정부에 있다”며 입법적 해결을 촉구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검찰, 윤석열 ‘조사 없이’ 내란죄 수사 일단락…앞당겨진 재판 시계 1.

검찰, 윤석열 ‘조사 없이’ 내란죄 수사 일단락…앞당겨진 재판 시계

법원, 윤석열 구속 연장 재신청 ‘불허’…오늘 구속기소 전망 2.

법원, 윤석열 구속 연장 재신청 ‘불허’…오늘 구속기소 전망

[영상] 폭동에 맞서 각양각색 깃발 쥔 시민들 “윤석열 퇴진하라” 3.

[영상] 폭동에 맞서 각양각색 깃발 쥔 시민들 “윤석열 퇴진하라”

‘내란 나비’ 김흥국, 무면허 운전 벌금 100만원…음주·뺑소니 전력 4.

‘내란 나비’ 김흥국, 무면허 운전 벌금 100만원…음주·뺑소니 전력

[단독] 서부지법, 윤석열 구속심사 전 경찰에 ‘보호요청’ 했었다 5.

[단독] 서부지법, 윤석열 구속심사 전 경찰에 ‘보호요청’ 했었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