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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죽고나면 못가…빨리 좀 보내줘요”
“얼굴 못봐도 좋으니 목소리라도”

등록 2013-08-23 20:23수정 2013-08-24 09:24

상봉 기대하는 이산가족들
신청 접수처 온종일 붐벼
“죽고 나면 못 가. 빨리 좀 보내줘요.”

긴 세월 혈육과 생이별한 아픔은 깊은 주름살에 새겨져 있었다. 15년 전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마친 김영애(86) 할머니는 23일 낮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 소식을 듣고 일찌감치 서울 노원구 집을 나섰다. “이번엔 정말 동생들을 볼 수 있을까….” 헤어질 때 3살, 5살이었던 동생들은 잘 살아 있을까. 집에 있자니 속이 답답해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별관을 찾았다. 김 할머니는 평양에서 학교를 다니다 군인이었던 오빠를 따라 서울 구경에 나섰다가 가족들과 이별하게 됐다. “시집가면 어디 못 다니니까 구경 잘 다녀오라던 어머니 말이 마지막일 줄은 꿈에도 몰랐지. 내 마음속엔 늘 가족들이 있지만서도 내가 죽으면 볼 기회가 아예 없어지는 거잖아. 얼굴 못 봐도 좋으니 목소리라도….” 김 할머니는 “‘나 언니야, 잘 있었어?’란 말 한마디만이라도 하고 죽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 할머니가 고대하던 이산가족 상봉은 이날 밤 9시 넘어서야 확정됐다.

이인환(83) 할아버지도 한달음에 달려왔다.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될 희망에 부풀어, 이미 등록된 주소를 이사한 곳으로 고치려 적십자사를 방문했다. 평안남도 개천군 출신인 이 할아버지는 여동생을 찾고 있다. 이 할아버지는 주소 수정이 잘 됐는지 직원에게 여러차례 확인했다. “(이산가족 상봉) 신청한 지는 10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한번도 선정이 안 됐어. 마음이 조급해 북에 있는 사람 연결해준다는 사람한테 1000만원 줬다가 떼인 적도 있어요. 65년을 가족 만나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평안북도 영변이 고향인 김정순(71) 할머니는 6·25 전쟁 때 사라진 큰오빠의 생사를 확인하려고 이날 처음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했다. 김 할머니는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날까지 30여년을 매일 아침 정화수를 떠놓고 ‘살아만 있어 달라’고 애원할 정도로 오빠를 그리워하셨다. 오빠를 만나 우리가 잊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 허정구 남북교류팀장은 “평소 10여통이던 문의 전화가 8월15일 이후 100여통으로 늘었다. 오늘은 방문자도 많아서 서울 30여명을 포함해 지역 지사를 다 합하면 100명 이상이 몰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적십자사는 24일 1차 상봉 후보자 500명을 추첨할 계획이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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