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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희망 못준 민주노총 반성…변하지 않는 진보와도 싸울것”

등록 2013-07-21 19:40수정 2013-07-21 23:02

신승철 전국민주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이 19일 저녁 서울 중구 민주노총 위원장실에서 <한겨레>와 만나 ‘조직 재정비 및 비정규직 문제 접근 방안’ 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신승철 전국민주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이 19일 저녁 서울 중구 민주노총 위원장실에서 <한겨레>와 만나 ‘조직 재정비 및 비정규직 문제 접근 방안’ 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내부 현안은
“정파 극복 민주·대중화 우선
강경 일변도 벗고 참여 확대”
 
외부 과제는
“장기투쟁사업장 70여곳 연대
노사정위 참석? 신뢰 생긴뒤”
인터뷰/ 신승철 민주노총 새 위원장

신승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49)의 당선 뒤 첫 공식 행보는 20~21일 울산 ‘현대자동차 희망버스’였다. 대표적 온건파인 신 위원장은 ‘비정파연합’을 이끌어 조직 내 최대 정파(전국회의)와 맞선 끝에 지난 18일 당선됐다. 이튿날 서울 정동 민주노총 위원장실에서 이뤄진 <한겨레> 인터뷰에서 신 위원장은 ‘희망버스’를 말했고, 말을 더듬다 울었다.

“민주노총이 희망을 줄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여러 곳에서 철탑에 올라가 있는 동지들(최병승·천의봉)을 위해 직접 움직였습니다. 지극히 정당한 주장을 하는데도 해결하지 않는 자본과 사회를 향한 외침인데, 민주노총이 그 노동자들에게 충분한 희망을 만들어주지 못한 사실이 가슴 아프고 안타깝습니다. 위원장으로서 반성합니다.”

신 위원장 본인도 당황한 ‘눈물’은 민주노총이 떠안은 난제를 관통한다. 정규직 노조 중심의 관료화, 정파 갈등 따위를 ‘대수술’해 조직력을 강화한다는 의지이면서, 노동사회 전반에 지능화·고착화한 불법파견 문제 등 산적한 노동 현안에 민주노총이 대중을 추동해 맞설 수 있느냐는 물음표이기도 하다.

“변하지 않는 진보와도 싸우겠다”는 신 위원장은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김대환 노사정위’에는 불참하겠다는 뜻을 확고히 했다. 그는 “지금껏 노사정 틀을 통해 민주노총의 의견이 사회적으로 관철될 구조가 있었나? 내가 보기엔 없었다. 대화해서 얘기가 되고, 결과물을 지킬 수 있다는 신뢰가 있어야 된다”며 “박 대통령은 기초연금 등 공약도 지키지 않고 되레 후퇴시키고 있질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에게 민주노총이 팔 걷고 나서야 할 시급한 노동현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쌍용차,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 등 장기투쟁 사업장이 70여개다. 공공부문 민영화 의제도 심각하다. 예전처럼 노조에 대한 극명한 탄압은 없지만 고도로 전략화됐다. 창조컨설팅이 상징적이다. 규모가 작지만 노조 활동이 왕성한 곳부터 깼다. 건전하지 못한 자본이 대부분이다. 비정규직은 더 심각하다. 싸움을 생각하기에도 약한 이들이고 노조라도 생길라치면 업체가 없어져버린다. 그런데도 (언론 등이) 본질은 얘길 안한다. 그래서 비정규직 투쟁은 극단적이다. 죽거나, 올라가거나, 점거한다.”

신 위원장은 투쟁방식을 선택·집중하고 다변화하되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노조파괴 등에 대한 대응에서는 조직의 온힘을 쏟을 방침임을 밝혔다. 이유는 자명하다. 2010년 이후 12개 단위 노조(4만명 안팎)가 민주노총을 탈퇴했고, 노동 정당은 분열했다. 지난해 11월 김영훈 전 위원장 중도사퇴 뒤 새 지도부가 들어서기까지는 8달이나 걸렸다. 이명박 정권 아래 노조 파괴나 시민사회의 무관심 등 숱한 외부 요인 못지않게 도드라지는 내부 원인도 있다. 그건 ‘지도부 부재’가 아닌 ‘지도력 부재’다.

그는 대외적인 투쟁 못지않게 정파 갈등이라는 민주노총의 내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조직 강화를 내세웠다. 건강한 토론을 유발한 정파 자체는 건강한 것이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조직이 어려운 시기를 거치면서 통합의 논리를 도출하기보다는 정파 사이의 차이만 부각됐다는 문제인식이 깔려 있다. “공조직을 강화하겠다. 그간 형식적 민주주의만 강조되어 왔다. 어떤 사안이든 표결로 결론을 내자는 거다. 서로 의견을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집행력이 높아진다. 운동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신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앞으로 정부와 자본에 대항한 투쟁에서 강온 양면전략을 구사할 뜻도 내놨다. “민주노총은 공감대를 넓힐 온건한 투쟁방식도 사안별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간 다선적 투쟁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강도 높은 투쟁 방식이 민주노총 내외부의 참여 폭을 제한하는 벽이 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중화를 명분삼아) 노동 운동의 원칙을 바꿀 순 없다.”

신 위원장은 ‘당신은 온건파인가’란 질문에 몇차례 주억거리다 말했다. “그게 중요하지 않다. 내일이라도 당장 민주노총이 목숨 걸고 싸워야 할 상황이 온다면 그걸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게 위원장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의 임기는 내년 말까지다. 그리고 맨 먼저 울산에 갔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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