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판결 불복 2년전 제기
불법파견땐 3000만원 이하 과태료
위헌땐 최소 행정규제마저 무력화
불법파견땐 3000만원 이하 과태료
위헌땐 최소 행정규제마저 무력화
옛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의 고용의제 조항이 위헌이라며 현대자동차가 헌법소원을 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2007년 파견법 개정으로 고용의제를 대체한 고용의무 조항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이 제기돼 심리가 진행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파견노동자를 2년 넘게 쓰려면 직접 고용하라는 법 규정에 대해 기업들이 전방위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다. 고용 유연화 속에서도 최소한의 고용 안정 장치로 마련된 이들 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될 경우 극심한 노사 대립과 고용 불안 사태가 예상된다.
<한겨레>가 16일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 청구 내역을 살핀 결과, 금호타이어는 불법파견 노동자였던 엄아무개씨 등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2010년 광주고법 판결에 불복해, 개정된 파견법의 고용의무 조항에 대해 2011년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고용의제 조항이 적용되면 파견 2년을 초과한 노동자는 이미 원청업체의 정규직으로 고용된 것으로 간주돼 원청업체에 시정·보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반면, 고용의무 조항을 적용받는 노동자는 원청업체에 ‘법적 의무에 따라 정규직으로 고용하라’는 소송부터 벌여야 한다. 현행법상 원청업체는 고용을 거부해도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내면 된다. 법 개정 당시 노동계가 반발했지만, 정부 등은 “과태료를 통해 행정 단속의 실효를 높일 수 있다”며 관철했다. 고용의제에 이어 고용의무 조항까지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현재 100만명 규모의 불법파견을 통제할 사실상의 유일한 행정규제 장치마저 무력화하려는 의도라는 게 노동계 시각이다.
고용의제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한 현대차 쪽은 지난 13일 헌재 공개변론에서 “고용의제가 위헌이더라도 고용의무 조항은 계속 적용되기에 위헌 결정의 파급력에 제한이 있다”고 강조했다.(<한겨레> 14일치 9면) 하지만 고용의무 조항도 헌재 심판대에 올라 있는데다 두 규정의 법리 쟁점이 거의 일치해, 고용의제가 위헌이 될 경우 파장은 절대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은수미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금호타이어-노동부 간 고용의무 법리 쟁점은 고용의제와 거의 같다. 고용의무 규정이 기업 계약의 자유, 사적 자치의 원칙 등을 침해한다는 금호타이어 쪽 주장에 고용노동부는 △사용사업자에게 파견기간과 해지 등을 결정할 자유가 있고 △파견근로의 장기화 예방, 고용 안정 등 공익이 사익보다 크다고 맞서고 있다.
헌재는 파견법 규정과 함께, 기간제 노동자의 고용기간을 2년으로 한정하고 이를 넘기면 고용의제하도록 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조항의 위헌 여부도 동시에 결정할 예정이다. 청구인 쪽에선 “기간제법이 노동 유연성을 해치고 정규직 전환 부담을 기업에 지운다”고 주장한다. 노동자가 청구한 형식인데, 내용은 기업 논리다.
오민규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고용의제가 위헌이면 고용의무도 위헌이 될 것이다. 파견법과 비슷한 기간제법도 마찬가지다. 비정규직과 관련해 사회적 쟁점이 되는 ‘갑을관계법’ 전체가 위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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