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김홍도목사, 28억원 횡령 유죄판결뒤 어제 첫 설교
“무릇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경건하게 살고자 하는 자는 핍박을 받으리라”(신약성서 디모데후서3:12)
지난주 화요일 서울고등법원에서 31억원 교회공금 횡령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돌아온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의 어제(23일 일요일) 설교의 제목은 ‘그리하실지라도’였다.
““예수님을 믿으면 핍박을 받지만 속상해하지 말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십시오. 믿음만 있다면 하나님은 그 어떤 환란에서도 구원해주십니다.”
한 마디의 해명도, 변명도 없었다. 참회와 사죄 대신 김홍도 목사의 설교는 “경건하게 살고자 하는 자는 핍박을 받는다”는 메시지가 되풀이됐다.
‘28억원의 교회 공금 횡령 유죄판결’을 받고 다시 예배당 설교 단상에 오른 김홍도 목사의 설교는 거침이 없었다. 지난 18일 서울고등법원에서 31억여원의 교회공금 횡령 혐의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은 김홍도 목사에게 23일은 판결 이후 첫 공식 설교단상에서 금란교회 교인들을 만나는 ‘특별한 날’이었다.
망우동 금란교회 교인 10만명…한번에 1만명 넘게 예배
23일 일요일 오전 11시. 교회공금 횡령에 이어 ‘쓰나미 망언’으로 입길에 오른 김홍도 목사가 담임목사로 있는 금란교회 앞은 예배를 보기 위해 몰려든 신도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서울 외곽 중랑구 망우동이지만 이 교회의 교인 수는 10만명에 육박한다. 서울을 비롯 구리, 의정부에서 신도를 태워온 교회 셔틀버스들도 앞다퉈 중세의 성처럼 웅장하게 솟은 10층짜리 대리석 건물 앞에 일렬로 도착한다. 순식간에 교회 안 1층 로비는 신도들로 가득 찼다.
오전 11시30분 3부 예배를 앞두고는 3~5층 대성전 안으로 신도들이 속속 들어오기 시작했다. 대성전 앞에는 주황색 유니폼을 입은 20여명의 여신도들이 여러 종류의 헌금봉투(십일조, 속회헌금, 감사헌금 등)를 나눠주며 “헌금해야 복 받는다”고 말한다. 족히 1만명을 넘는 신도들이 빼곡히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11시30분께 예배는 시작됐다.
지난 1월18일 교회 공금 31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김홍도 목사에게 법원이 내린 판결은 ‘유죄’였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교회 재산을 교인의 뜻에 맞게 쓰는 것은 횡령이나 배임이 아니고, 개인을 위해 쓴 것이 아니라 교회 전체를 위한 것이다’고 주장했지만 교인 전체의 의사에 부합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법률 판단의 여지가 없다”며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750만원의 형량을 내렸다.
김목사의 첫 설교는 참회의 고백일까 사자후일까?
재판부는 이날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선거에서 부정선거자금과 당선사례금 등 2억3700만원 △불륜관계를 맺은 배아무개 여인과의 합의금 2억원 가운데 5천만 원 △MBC에 대한 반박·해명 광고비 3억3천만 원 △피고인의 비리를 문제삼고 있던 곽아무개 장로를 구속시키기 위한 변호사 선임료 등 4억원 △부인명의 별장 건축비 3억원 △아들명의 교회 건축비 8억원 등 31억여 원중 3억5천만원을 제외한 28억원에 대한 횡령혐의를 인정했다.
닷새가 흐른 23일. 그는 예배에서 교인들에게 눈물 흘리며 참회의 고백을 할까? ‘불신지옥 예수천당’의 사자후를 토해낼까? 최근 들어 여론의 주목 대상이 된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의 설교내용이 궁금해 교회를 찾았다. 김홍도 목사가 금란교회 예배현장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가지런하게 빗어 올린 그의 머리와 노란색 정장에서 법원에서 볼 때와 달리 ‘당당함’이 느껴졌다.
김홍도 목사는 지난 1월2일 ‘하나님 사랑, 나의 사랑, 영혼 사랑’이라는 새해 첫 예배 설교에서 “쓰나미에 목숨을 잃은 수십만 명은 예수를 믿지 않는 자들이다”는 발언으로 네티즌들로부터 뭇매를 맞은 데다 16일 설교 때는 이와 관련한 보도와 비판이 잇따르자 “일개 목사가 교회에서 개인적으로 설교한 것 가지고 공영방송에서 뉴스 시간에 트집을 잡았다”며 “내가 틀린 말 했어요?”라고 언론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횡령 유죄판결에 대해선 ’침묵’…“더 많은 신도가 교회 찾고 격려전화”
이날 설교의 제목은
‘그리하실지라도’.
““예수님을 믿으면 핍박을 받지만 속상해하지 말고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믿음만 있다면 하나님은 그 어떤 환란에서도 구원해 주신다. 내(본인) 경우 하나님이 원하신다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용기와 담력을 달라고 기도한다”는 것이 요지였다.
‘예수님을 믿으면 핍박을 받는다?’ 그의 현재 상황을 표현한 것일까. 목회자로 활동하고 있는 자신이 정권과 법원에 의해 마치 죄인(?)이 되었다는 듯한. 하지만 그는 이날 횡령혐의에 대한 유죄판결에 대해 침묵을 지켰다. 다만 그는 설교를 마무리하며 “공영방송에서 나를 씹어댔지만 오히려 더 많은 신도가 우리 교회와 인터넷 홈페이지를 찾고 있으며, 격려전화도 쇄도하고 있다”고 신도들을 안심시킨 뒤 “복을 받으려면 십일조 헌금을 많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도들은 일제히 “아멘~”이라는 말로 화답했다.
그는 아들명의 교회 건축비로 지출한 8억원에 대해 횡령혐의가 입증된 탓인지 “딸만 셋을 내리 낳아, ‘아들을 주시면 하느님께 바치겠다’고 기도했는데, 결국 아들을 낳았고 음악이다 뭐다 다른 길을 가려고도 했지만 지금은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어 너무나 뿌듯하다”는 말도 설교에서 빼먹지 않았다.
김 목사 “복받으려면 십일조헌금을 많이 내야”
그렇다면 신도들은 김 목사의 최근 발언과 횡령혐의 유죄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신자들의 반응은 대부분 “김 목사를 존경한다”, “김 목사의 ‘쓰나미 발언’ 동의한다”, “정권과 사탄에 의해 핍박받고 있다”, “교회를 위해 더 많은 돈을 벌어오는 사람인데, 개인적으로 조금 쓴 것은 인정한다”였다. 언론보도와 법원판결에 대해서도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목사님을 평소에 너무나 존경한다. 세간에 떠도는 목사님을 둘러싼 말들은 목사님의 품성과는 거리가 있다. 말씀밖에 모르는 분이며, 부귀영화에 전혀 관심이 없는 분이다. 매스컴의 왜곡이 심했다. 기독교에서는 크리스마스나 주일에 놀러가는 것이 큰 죄악이므로, 벌을 받았다는 목사님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다. 목사님이 기업을 운영했으면 지금보다 더 큰 돈을 벌었을 것이지만 뛰어난 능력으로 말씀을 실천하는 삶만 살아왔다. 설령 아드님과 부인 명의로 부동산을 샀다 하더라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 정도는 누릴 수 있다.” (천호동에서 온 윤영화씨·39세)
교인들, 보도와 판결 개의치 않고 “목사님 평소 너무나 존경”
“세속적인 구제보다 영혼구원을 이끌어 주는 목사님을 존경한다. 목사님의 반북사상이 강하긴 하지만 누구에게나 생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있는 것 아닌가. 목사님도 충분히 본인의 신념을 가질 수 있는데, 사회적 관념을 기준 삼아 ‘윤리성이 없다’고 몰아붙이는 것은 맞지 않는다. ‘쓰나미 발언’은 인도적으로 봤을 때 무리가 있을지 모르지만, 종교적 관점에서 볼 때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언론에서 너무 민감하게 확대·해석하지 않았으면 한다. 별장과 부동산 관련해서는 이미 다 알고 있었다. 목사님이 사전에 다 밝혔고, 신도들의 이해를 구했다. 그것이 사회법의 잣대에서 봤을 때 범죄일지 모르겠으나 교회법 테두리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신도들의 돈으로 개인의 부를 추구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다른 대형교회 목사님들과 달리 유독 금란교회와 김홍도 목사님만 부각되는 것은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고 본다. 목사님의 반공사상이 강하기 때문에 현 정권과 배치돼 핍박받고 있다.”(망우동에서 온 이아무개 씨·35세)
“김 목사를 너무 존경하고, 설교 말씀이 마음에 와닿는다. 믿음없는 사람들의 생각으로는 ‘쓰나미 발언’이 잘못된 발언이었겠지만 내 생각으로는 맞는 말이다. 기독교가 타 종교에 비해 다소 배타적인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목사님은 현재 사탄들에게 모함받고 있다. 목사님은 그 돈을 개인재산 축적이 아니라 개척교회를 위해 쓸 것이다. 법으로만 보고 판단하지 말았으면 한다.”(경기도 구리시에서 온 김미애 학생·24세)
교인들 “목사님의 반공사상이 강해 현 정권서 핍박받고 있는 것”
“‘예수천국 불신지옥’,‘헌금을 내야 복받는다’는 김홍도 목사님의 설교내용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쓰나미 발언’ 역시 목사님의 생각에 동의한다. ‘공금횡령’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 죄는 사람이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는 것이다. 목사님이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김진희씨·21세)
“소탈하고 꾸밈없는 목사님의 모습이 좋다. 공금횡령하지 않았다고 믿는다. 법은 사람이 만든 것으로 완벽하지 않으며, 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지 못한다. ‘예수님을 믿지 않아 지진피해를 입었다’는 목사님의 말씀을 전적으로 신뢰한다.”(익명을 요구한 한 40대의 한 여성신자)
평소 김 목사가 ‘예수 천국, 불신 지옥’, ‘애국심’과 ‘반공’의 메시지를 철저하게 강조한 탓인지 신도들 사이에서는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많았으며, 반공이념 또한 투철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철원 장로는 이날 예배에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려는 시도를 물리쳐 친공반미가 이 땅에 뿌리내리지 못하게 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지켜갈 수 있도록 해달라. 또한 북한 김정일독재를 무너뜨려 2천만 북한동포가 마음 놓고 하느님을 믿을 수 있도록 하고, 침체된 국내경기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대표기도를 했다.
장로 대표기도 “보안법 폐지시도 물리쳐 친공반미가 뿌리내리지 못하게 해주시고”
반면 일부 신도들은 ‘쓰나미 발언’과 관련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19년째 금란교회에 다니고 있는 교문리에서 온 홍종옥(53·남)씨는 “신앙적 견해와 언론적 견해는 다를 수밖에 없다. 신앙적으로 보면 예수님을 믿지 않아 지진해일 피해를 입은 것이 많다. 그러나 모든 신자들의 목사님이 설교한 내용을 믿는 것이 아니다. 철학적 감수성이 있거나 이성적 판단을 중시하는 신자들은 다르게 해석하기도 한다”며 “개인적으로 목사님의 말씀에 동의하지는 않는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그 역시 김 목사의 횡령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라는 소신을 갖고 있었다. 그는 “현 정부와 교계가 대립적 관계다. 때문에 횡령 등 법적 제재를 들고나온 것은 정치적 탄압의 목적이 크다”며 “목사님은 그동안 해외설교 등 목회활동으로 횡령혐의를 받은 금액보다 최소 열배나 많은 돈을 벌어왔다”며 노무현정권이 사라져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한 교인 “하나님 아닌 목사가 우상이 되는 교회권력, 위선 타파해야” 지적도
극소수이지만, 김 목사의 처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신도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목사님의 말씀(쓰나미 발언)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문을 뗀 40대의 김아무개씨는 “횡령혐의의 사실 여부를 떠나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나겠나. 유·무죄를 떠나 목사님처럼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는 사람이라면 도덕적인 면에서도 처신에 신경 쓰고, 더욱 모범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공주의나 ‘예수천국, 불신지옥’ 등의 주장은 목사님 개인의 생각일 뿐 설교를 통해 남에게 세뇌시킬 필요는 없다”며 “교회에 오는 것은 목사님의 소신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오는 것이므로, 교리에 충실한 설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덧붙여 그는 한국사회의 대형교회의 폐해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대형교회일수록 세습 문제가 터지고, 정치에 관여하는 경향이 큰데 종교는 종교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해야 한다”며 “하나님이 아닌 목사가 곧 우상이 되는 교회 안의 권력, 위선을 타파하고, 교회 안의 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해서라도 교회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의 이러한 주장은, 빈들에서 외친 선지자 세례요한의 메시지처럼 금란교회 안에서 울림이 없는 것으로 들렸다. 10만 금란교회 신자들은 여전히 김 목사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담임목사의 28억원 교회공금 횡령 유죄판결을 받고도 당사자인 김홍도 목사와 교인들은 너무도 ‘평상심’을 유지한 채, 일요 예배를 보고 있었다. 금란교회의 올해 목표 신도수는 현재 10만명에서 10%를 늘린 11만 명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