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감사조서-감사보고서 비교
쌍용자동차는 2009년 2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서울남부지법은 해고자들이 이듬해 제기한 해고무효 확인소송에서 “(쌍용차가) 경영상 어려움을 극복하고, 비용 절감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해고를 단행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쌍용차 노조가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실 등과 함께 그동안 드러나지 않은 감사조서, 대출약정서 등을 새로 분석한 결과, 법정관리와 정리해고의 근거였던 2008년 감사보고서가 ‘역분식회계’ 방식으로 조작된 정황이 드러났다. 쌍용차 관련 회계조작 의혹이 수치로 구체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2008년 감사보고서와 감사조서의 수치가 다른 점은 의회 등 제3자를 통해 정확한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748억이던 유형자산이
7991억으로 수치 줄어
손실액 키워 해고 합리화
고의로 은행대출 회피해
유동성 위기 자처하기도” ■ 회계 조작의 실체는? 회계법인이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기에 앞서 전체적인 회계목록의 세부 자료를 모아놓은 게 감사조서다. 감사조서에 ‘1+1’이 적히면, 감사보고서엔 ‘2’가 기록되는 관계다. 따라서 2008년 쌍용차의 감사조서와 감사보고서가 다르다면, 회사 쪽의 의도적인 회계 조작이 의심된다. 단순 실수로 보기는 어렵다. 때문에 노조는 감사조서상 4625억원이던 유형자산 손상차손을 5176억원으로 산정한 감사보고서가 회계 조작의 결과물이라고 본다. 노조는 또 “회사는 회계법인을 통해 기계장치 1729억원, 공구와 기구 1483억원 등도 누락해 전체 유형자산의 가치를 낮췄다”고 말했다. 회계 조작 의혹은 지난해에도 인 바 있다. 당시 노조는 “안진회계법인이 한국회계기준의 유형자산 평가방법을 무시했다. 고의로 부채비율을 3배 이상, 당기순손실도 4배가량 높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안진회계법인은 2009년 2월 이뤄진 한국감정원 감정평가를 반영하지 않은 채, 2008년 말 기준의 감사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한국감정원은 쌍용차의 유형자산 가치를 안진회계법인(8677억원, 토지 미반영)보다 4606억원 많은 1조3283억원으로 평가했다. 2011~12년까지 수출하기로 돼 있는 차종의 단종시점을 2010년으로 잡아 관련 유형자산의 손상차손이 확대된 정황도 드러났다.
■ “유동성 위기도 조작” 노조는 2일 “2008~09년 쌍용차가 고의로 은행대출을 회피하며 유동성 위기도 자처했다”고 주장했다. 근거는 2008년 말 쌍용차 소유 부동산의 등기부등본과 감정평가 내역 등이다. 이를 보면, 쌍용차는 당시 경남 창원시 성산동의 181억원짜리 터와 건물, 인천 부평의 131억원짜리 건물 등 전체 감정가액 3293억원가량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대주주인 상하이차는 이들 부동산의 매각은커녕 부동산 담보 대출도 하지 않았다. 대신 공권력 투입으로 노조의 파업이 종료된 이후인 2009년 8월, 쌍용차가 이들 부동산을 담보로 산업은행과 1950억원 대출약정을 체결한 사실이 이번에 공개됐다. 노조와 변호인단이 최근 등기부등본 등을 떼어 추적한 결과다.
2008년 말 현금 400억원만 보유하고 있다던 쌍용차는 이듬해 1월 만기를 맞은 약속어음 920억원과 4월 만기의 회사채 1500억원어치를 갚지 못해 파산 위기에 내몰렸다. 쌍용차는 중국은행 등과 2187억원의 대출약정도 맺고 있었다.
쌍용차가 2008년 부동산 담보대출과 기존의 대출약정을 이행했다면, 2420억원의 채무를 변제하고도 2117억원의 자금 여력이 생긴다. 2008년 경제위기 때 현대차가 그해 초부터 차입 규모를 8000억원대로 늘려 현금을 확보하고, 한국지엠도 6000억원 규모로 차입을 늘렸던 것과 대비된다.
쌍용차 홍보팀 관계자는 회계조작 의혹에 대해 “문제가 있었다면 법원에서 발견됐을 것이다. 감사조서와 감사보고서가 다르다는 주장에 대해선 확인 뒤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그간 “손상차손이 반영된 재무제표는 회생절차 개시의 근거자료가 아니었다. 정리해고는 파산 방지를 위한 경영상 필요에 따른 것이지 손실과다나 부채비율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말해왔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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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 자처하기도” ■ 회계 조작의 실체는? 회계법인이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기에 앞서 전체적인 회계목록의 세부 자료를 모아놓은 게 감사조서다. 감사조서에 ‘1+1’이 적히면, 감사보고서엔 ‘2’가 기록되는 관계다. 따라서 2008년 쌍용차의 감사조서와 감사보고서가 다르다면, 회사 쪽의 의도적인 회계 조작이 의심된다. 단순 실수로 보기는 어렵다. 때문에 노조는 감사조서상 4625억원이던 유형자산 손상차손을 5176억원으로 산정한 감사보고서가 회계 조작의 결과물이라고 본다. 노조는 또 “회사는 회계법인을 통해 기계장치 1729억원, 공구와 기구 1483억원 등도 누락해 전체 유형자산의 가치를 낮췄다”고 말했다. 회계 조작 의혹은 지난해에도 인 바 있다. 당시 노조는 “안진회계법인이 한국회계기준의 유형자산 평가방법을 무시했다. 고의로 부채비율을 3배 이상, 당기순손실도 4배가량 높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안진회계법인은 2009년 2월 이뤄진 한국감정원 감정평가를 반영하지 않은 채, 2008년 말 기준의 감사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한국감정원은 쌍용차의 유형자산 가치를 안진회계법인(8677억원, 토지 미반영)보다 4606억원 많은 1조3283억원으로 평가했다. 2011~12년까지 수출하기로 돼 있는 차종의 단종시점을 2010년으로 잡아 관련 유형자산의 손상차손이 확대된 정황도 드러났다.
쌍용자동차가 7528억원 상당의 회계를 조작해 대량 정리해고의 근거로 삼았다는 분석 자료가 나온 2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쌍용차 임시분향소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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