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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찰 압수수색 현장서 경찰 팀장이 ‘증거파괴’

등록 2013-05-26 19:48수정 2013-06-10 17:01

‘국정원 댓글수사’ 외압 의혹
2월에 새로온 증거분석팀장이
사이버수사대 보고서 등 삭제
경찰 ‘조직적 관여’ 가능성 커
국정원 직원 하드 분석자료는
“댓글 흔적 없다” 발표 뒤 없애
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해 서울지방경찰청이 지난해 12월 “국정원 여직원이 (정치 관련) 댓글을 작성한 흔적이 없다”고 중간 수사 결과를 서둘러 발표한 뒤 관련 증거분석 자료를 컴퓨터에서 모두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경찰이 수사 초기 단계의 수사 축소·은폐 등의 정황을 없애려 증거인멸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26일 검찰과 경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경찰청은 지난해 대선을 앞둔 12월13일 수서경찰서의 의뢰로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29)씨의 하드디스크를 분석할 때 관용 데스크톱 컴퓨터가 아닌 별도의 노트북 컴퓨터를 사용했다. 서울경찰청은 수서경찰서가 요구한 분석 키워드 78개를 4개로 축소해 분석에 착수한 지 사흘 만인 12월16일 중간 수사 결과를 내놓은 뒤, 이 노트북 컴퓨터에 들어 있던 증거분석 자료를 전부 없앴다.

국정원의 대선 여론 조작 및 정치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은 지난 20일 서울경찰청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 노트북을 확보했으나, 증거분석 자료가 모두 사라지고 초기화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또 압수수색 과정에서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의 박아무개 증거분석팀장이 ‘안티 포렌식 삭제 프로그램’을 사용해 수사 자료를 인멸하고 있는 것을 현장에서 적발했다. 안티 포렌식 삭제 프로그램은 하드디스크를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이른바 ‘디가우싱’ 방식보다 좀더 발전된 방식으로, 파괴된 자료는 복구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팀장이 삭제한 자료에는 사이버범죄수사대 분석관들의 분석 보고서와 언론 및 국회 질의에 대한 답변 자료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특히 박 팀장이 지난 2월 증거분석팀장으로 임명돼 수사 초기 경찰의 축소·외압 의혹과는 무관한 위치인데도 증거인멸을 한 점으로 미뤄, 경찰 윗선의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증거인멸 혐의로 박 팀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검토중이다.

검찰은 경찰의 국정원 사건 수사 당시 외압·축소 의혹과 관련해 지난 25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다시 불러 12시간에 걸쳐 조사했다. 이날 검찰은 김 전 청장을 상대로 수사 실무진과 지휘선에 수사를 축소하라고 압력을 넣었는지와 함께, 서울경찰청의 수사 축소 지시 의혹과 관련한 증거를 인멸하도록 지시했는지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국정원 사건의 ‘윗선 3인’ 가운데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정보국장과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을 지난 22일과 24일 다시 불러 조사했다. 앞으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조사만 남았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검찰은 민 전 국장과 이 전 3차장을 조사하면서 국정원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압수물과 직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심리정보국 직원들에게 대선을 앞두고 인터넷 댓글·게시글 작성을 지시하고 이를 보고받았는지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심리정보국 직원들이 댓글·게시글을 작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인터넷 사이트 15곳을 분석해,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활동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번 주중 원 전 원장을 다시 불러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와 공직선거법 적용 여부 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연 허재현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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