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아닌 제가 이렇게 귀한 자리에서 축사를 해도 될까 후배에게 물었습니다. 너무나 훌륭한 분들이 많아서 부담이 되겠지만 사회적 지위가 중요한 게 아니고 결정적 순간에 어떤 역할을 했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 자리에 계신 내외 귀빈 여러분은 각자의 자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 개인은 이 나라의 아주 초라한 유권자에 불과합니다. 한겨레신문의 보잘 것 없는 일개 주주일 뿐입니다. 87년도에 저는 평범한 대학생에 불과했지만 시대가 평범하지 않다보니 명동성당에 갇혀서 호헌철폐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기자들이 말했습니다. ‘죽을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이 죽을지도 모른다’고 체념 했었습니다. 다행히도 수많은 넥타이 부대가 나타나 명동성당 농성자들은 무사히 귀가해 목숨을 구했습니다. 목숨 대신 뭐든 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시골서 서울 올라가 열심히 공부하라고 마련해주신 전셋집을 빼고 한겨레에 몽땅 털어놨습니다. 입주 과외를 들어갔습니다.
6만여명의 주주들이 정론직필 한겨레의 초석을 놓는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때 그 간절했던 주주들의 마음을 대표해 축사를 할 자격이 있다고 봅니다. 한겨레신문이 망하지 않아줘서 너무나 고맙습니다. 한없이 보수적이고 물질적인 이 사회에서 망하지 않고 버티고 있어준 것만으로도 정말 고맙습니다.
대선과정에서 여론과 언론을 지켜보면서 한겨레신문에 크나큰 실망을 했습니다. 결정적 순간에 유일한 시민언론의 역할을 못하면 존재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언론의 언은 그냥 소리가 아니라 사고의 체계를 잡아주는 게 언론입니다. 사실의 전달과 사고의 체계를 잡아주는 것이 언론의 역할입니다. 87년 88년 창간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는 젊은 기자들, 수많은 애국 시민들의 헌신. 단순히 기록하는 자 기자가 아니라 참 언론이 되어야 합니다.
창간 주주 이승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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