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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순 부적응도 ADHD?…섣부른 판단 안돼”

등록 2013-04-05 08:20수정 2018-09-04 18:01

서울 강남의 한 학습클리닉에서 2일 오후 한 어린이가 창가에 기대어 장난치고 있다. 이정아 기자 <A href="mailto:leej@hani.co.kr">leej@hani.co.kr</A>
서울 강남의 한 학습클리닉에서 2일 오후 한 어린이가 창가에 기대어 장난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소아정신과 내몰리는 아이들
치료의뢰에 학부모·아이 큰 충격
미국선 교사의 ‘정신과 권유’ 금지
“아이들, 대안학교선 잘 적응…
‘공부중심’ 학교문화 개선을”
* ADHD :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임신 7개월 된 선생님 배를 차질 않나, 오죽하면 어떤 선생님은 테이프로 5학년 아이를 책상에 묶기도 했대요.”

자못 충격적인 얘기를 털어놓은 이는 경남 지역에서 3년째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 김소라(가명·31)씨다. 교실에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앓는 아이들을 다루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견디다 못한 교사들은 대개 학부모 면담에서 ‘전문상담’을 권한다. 딱히 소아정신과를 언급하지 않아도 부모들은 알아챈다. 학기 초 학부모 면담 기간 직후 소아정신과에 아이들이 몰려드는 것도 그래서다.

교사들은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수업 시간에 다른 아이들은 조용히 집중하는데 한두 아이가 떠들고 막 돌아다니기까지 해요. 수업을 진행하기가 어렵죠. 처리할 일이 쌓여 있어 그 아이를 별도로 관리하기도 어렵죠.” 서울의 한 초등학교 상담교사 박아무개(33)씨는 “어쩔 수 없이 (소아정신과) 상담을 권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에이디에이치디 선별 검사를 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러나 의학 전문가들은 교사들이 에이디에이치디 상담 권유를 신중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는 에이디에이치디가 아닌 경우가 많고, 정신과 치료 의뢰만으로도 학부모와 아동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붕년 서울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학교에서 에이디에이치디가 의심된다고 병원에 보낸 아이들의 상당수는 단체생활이나 학교생활에 적응을 제대로 못했거나, 부모와 격리된 데 따른 불안함이나 우울함을 느끼는 상태일 뿐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몇몇 주에서는 학교 교사가 아동들에게 정신질환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치료를 권하는 행위를 금지하기까지 한다.

전문가들은 에이디에이치디는 학교와 교사, 부모 등 아이들 삶에 연관된 모든 측면에서 변화가 있어야 해결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박경현 샘교육복지연구소장은 “증상이 심각한 아이들은 가족문제, 신체건강, 가정환경, 교우관계 등 종합적으로 여건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 현장에선 교사의 잡무를 줄이고 학급 학생수를 줄이는 등 교사가 다양한 기질의 아이들을 보듬어 안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학교에 상담교사를 배치하는 등 노력이 없지는 않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의 경우 사립학교를 포함해 모두 597개 초등학교 중 150곳에 전문상담실인 ‘위클래스’가 설치돼 있고 이 가운데 90곳은 교육청 예산 지원을 받는 상담교사가 있지만, 나머지 60곳은 상담교사가 아예 없다. 서울 한 초등학교의 김아무개 교장은 “상담교실은 예산 확보가 문제”라고 말했다. 상담교사 박씨의 경우 지난해 서울 다른 초등학교에서 일하다 3개월 만에 예산이 끊겨 학교를 옮겼다. 병원치료를 받기 어려운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를 위해서라도 상담교사 확충은 시급한 문제다.

공부만을 중시하는 학교 문화를 바꿔야 아이들이 건강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서울의 한 대안학교 교사 송아무개(36)씨는 “너무 경쟁적인 분위기 속에서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많아진 것 같다. 일반학교에서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이 대안학교에서는 곧잘 적응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강용 한국심리상담센터 원장은 “학원만 보내고 과외만 시킬 일이 아니라 운동을 시킨다든지 여행을 간다든지 하는 식으로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유진 양선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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