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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김 사장, 방문진 이사들과 협의 없이
측근들을 지역MBC사장 등에 내정

등록 2013-03-24 21:16수정 2013-03-24 21:35

김재철 해임안 갑자기 상정 왜?
“문제인물들도 자리 챙겨줘” 비판
<문화방송>(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여당 추천 이사들은 김재철 사장 카드를 마침내 던져버릴 것인가. 그동안 김 사장에게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던 야당 추천 이사들과 달리 일관되게 김 사장을 밀어줬던 여당 추천 이사들까지 동의한 26일 해임안 처리를 놓고 방송계 안팎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김 사장의 해임안을 전혀 고려하지 않던 여당 이사들이 그의 거취를 심각하게 거론하는 건 방문진과 사전협의 없이 기습적으로 행한 지역사 사장 등 임원인사 내정이 일차적인 이유다. 그동안 김 사장의 해임안이 노사 대립 속에 불거진 것이었다면 이번엔 방문진과 문화방송 사쪽이 정면으로 맞붙은 형국이다.

방문진 이사들과 방송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김 사장은 22일 김문환 신임 방문진 이사장을 만나 지역사 사장을 비롯한 관계사 임원 20여명 인사에 대해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김 사장은 “지난번에도 방문진을 대표하는 이사장에게만 보고하고 인사해왔다. 시간이 급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장은 이 만남 뒤 그날 저녁에 사내 인트라넷에 이 내정 인사를 공지했다.

인사의 면면을 보면 윤길용 현 편성국장은 엠비시미술센터 사장,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이 부산문화방송 사장, 이우용 라디오본부장이 춘천문화방송 사장으로 내정돼 있어 “김 사장 측근들의 자리 챙기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화방송의 한 관계자는 “피디수첩 등 권력비판 프로그램을 말살하는 데 앞장선 이 등 김 사장 수족들 챙겨주기 인사”라고 말했다. 절차를 둘러싸고도 김 사장의 독단적 행위라는 지적이 많다. 문화방송의 다른 관계자는 “지역사 사장 인사 등은 사장추천위를 구성해 논의한 뒤 방문진 협의를 거쳐 확정되면 공표하는 것이 순서인데 관련 부서에서도 인사안을 몰라 당혹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를 둘러싼 김 사장의 행태에 대한 방문진 이사들의 반발도 크다. 권미혁 야당 추천 이사는 “김 사장이 이사장만 만나고는 마치 방문진과 협의한 것처럼 처리하려고 꼼수를 부렸다”고 지적했다. 방문진 이사들은 23일 소집한 긴급이사회에서 “문화방송 관리감독기관인 방문진을 무시한 처사”라며 김 사장을 강도 높게 성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이사는 이날 바로 해임안을 표결하자는 의견을 냈으나 김문환 이사장과 일부에서 “너무 성급하게 할 필요 있느냐,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으로 비칠 수 있으니 26일 처리하자”고 해 그렇게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여당 이사들까지 가세한 해임안은 어느 때보다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방송계 안팎의 관측이다. 야당 추천의 선동규 이사는 “어제 회의로 봐서는 통과 가능성이 높지만 여당 추천 이사들 사이에 어떤 움직임이 있을지 긴장된다”고 말했다. 김충일 여당 쪽 이사는 “해임안 상정은 김 사장에 대한 신뢰를 철회한 것”이라면서 “결과를 지켜보자”고 말했다.

문화방송 안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해임안이 부결된 바 있어서 비교적 차분하게 바라보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최승호 전 문화방송 피디는 “문화방송의 정상화를 기대하는 사람들로서는 그동안 ‘희망고문’을 많이 겪었다. 객관적 상황은 어느 때보다 좋아 기대를 하고는 있으나 또 좌절을 겪을까 불안하다”라고 말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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