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낮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 병원 본관의 한 배선실(환자의 식사가 기다리는 장소) 창문 앞 좁은 공간에 서서 간병인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이들은 각자 집에서 가져온 김·간장·김치 등 밑반찬과 환자용으로 나온 작은 생선 한마리를 나눠 먹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토요판|커버스토리>
한 연구원이 직접 요양보호사를
해봤더니 한마디로 ‘충격’
최저임금에도 한참 못 미치고
구석진 곳에 서서 밥 먹고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이런 근무환경에선 그들도
최선을 다해 환자를 돌볼 수 없다
국가와 사회 관심이 필요하다 “아아아아.” 지난달 18일 늦은 오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본관 9층의 한 4인실 병실에서 임아무개(90)씨가 말했다. 임씨는 알아들을 수 없는 발음으로 아픔을 호소했다. 임씨는 3년 전쯤 뇌졸중으로 이 병원에 입원한 뒤 요양병원에 머물다 고관절에 금이 가 다시 이 병원 정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았으나 이번엔 폐에 물이 차 폐렴으로 번져 재입원했다. 간병인 박경애(67)씨가 곁에서 임씨를 달랬다. 박씨는 임씨의 ‘새로운 가족’이다. 하루 24시간 6일간, 물리적 시간으로만 따지면 박씨가 임씨 곁에 가장 오래 머무는 ‘가족’이다. 임씨의 두 아들 내외와 딸도 매일같이 병실을 찾지만 늘 임씨 곁에 머물 수 없다. 임씨 침대 아래 박씨의 간이침대가 있다. 박씨가 임씨의 밥과 약을 먹인다. 매일 옷을 갈아입히고 대소변도 받는다. 박씨 같은 간병인이나 아이돌보미, 가사도우미, 산모도우미, 장애인활동보조인, 요양보호사 등의 돌봄노동자는 전통적으로 가족의 영역이던 돌봄노동을 일로 한다. 과거에는 가족 구성원 중 여성이 주로 가정에서 돌봄노동을 도맡아왔다면, 요즘은 여성 돌봄노동자가 그 역할을 직장에서 대신한다. 이들은 가족이면서도 가족이 아니다. 임씨의 가족들은 박씨의 요구대로 박씨의 하루 일당을 6만5000원(시급 약 2700원)에서 7만원으로 올려주기가 ‘버겁다’. 임씨의 부인이 치매로 10년째 요양원에 있는데다 노인장기요양보험 3등급인 임씨는 요양보호사의 재가방문요양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간병인 비용은 국가 보조를 받지 못한다. 가족들은 가족 대신 하는 돌봄의 대가로 박씨에게 매달 간병비 200만원을 지급한다. 박씨는 임씨의 가족들이 없을 경우는 가족 같은 책임감으로 임씨를 돌보지만, 실제 가족으로서의 권리는 아무것도 없다. 보호자 가족과의 관계에서는 서운함을 느끼기도 한다. 박씨는 지난달 27일 오전 임씨의 임종을 ‘일부러’ 보지 않았다. 돌봄노동자는 현대 가족 깊숙이 들어왔다. 돌봄노동자와 보호자 가족은 강한 정서적 유대를 공유할 정도로 관계가 발전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고용자-피고용자 위치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사무적 관계를 유지한다. 현대사회에서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탄생하고 있지만, 고용자-노동자의 적대적 관계가 주는 긴장은 여전하다. 새로운 형태의 가족 속에 존재하는 긴장과 균열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먼저 ‘제3의 가족’인 돌봄노동자의 처우가 열악하다. 대부분 저임금이고 고용·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지 않는다. 돌봄노동자들은 알선업체를 통해 일을 구한다. 일명 ‘삼각고용관계’로 직접고용에 비해 파견직·비정규직 등이 많아 고용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2010년 여름 김상희 의원(민주통합당)과 시민단체인 돌봄노동연대가 함께 연 토론회에서 발표된 ‘돌봄노동자 노동 실태’ 연구 결과를 보면, 응답자들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5127원이었고 이 가운데 간병인이 시간당 3978원으로 가장 낮았다. 응답자들이 꼽은 시급한 해결과제는 ‘낮은 임금’이 압도적이었고, ‘직업에 대한 낮은 사회적 평가’, ‘고용 안정’이 뒤를 이었다. 조사 대상자는 총 259명으로 가사도우미, 간병인의 합이 70%로 많았고, 아이도우미, 산모도우미가 뒤를 이었다. 노동 환경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돌봄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실제 노동시간과 대기시간을 포함한 돌봄노동자의 노동시간은 긴 편이다. 간병인의 경우 병원 배선실에서 서서 밥을 먹고, 탈의실이 없어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병원에 간병인을 위한 세탁실이 없어 청결하지 않은 옷을 집에 들고가 빨아야 한다. 육아도우미(베이비시터)는 시시티브이를 통해 감시받을 수도 있고, 재가가사노동자나 재가요양보호사는 파출부나 식모 대우를 받기도 한다. 신체접촉을 해야 하는 노동인 만큼 성희롱의 가해자·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돌봄노동의 대상인 사회적 약자, 그의 가족, 돌봄노동자 모두 문제점을 느끼는 부분이다. 이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하는 또다른 중요한 이유는 돌봄노동의 성격이 전통적 가족의 영역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돌봄노동의 본질은 ‘대인관계’, ‘감정노동’이기 때문에 서비스를 계량화하기 어려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돌봄노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돌봄노동의 조건이 나쁘면 서비스의 품질에도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돌봄인력의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내는 <월간 노동리뷰> 2012년 1월호에 실린 윤자영 부연구위원의 ‘돌봄서비스 일자리 근로조건의 현황과 과제’를 보면, 노동자와 서비스 이용자(환자나 아이, 장애인 등)의 장기적 관계는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이런 관점에서 대인관계가 중요한 돌봄노동의 성격상 민간경쟁시장에만 돌봄노동을 맡겨두어선 안 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노동자에게 비용절감을 전가해 돌봄노동의 품질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돌봄노동이란 본질적으로 공공성과 책임성이 요구되는 사업인 만큼 시설기관에 대한 사회의 관리·감독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경기도의 한 요양보호기관에서 8시간씩 5일간 요양보호사 실습을 한 돌봄노동을 연구하는 한 연구원은 현재 돌봄노동자와 돌봄을 받는 사람 사이에 ‘인간관계’가 맺어질 수 없는 환경이었다고 말했다. “요양보호사 자격시험 대비 교과서에는 환자를 배려하는 과정이 적혀 있어요. 그런데 현장에서는 그럴 수가 없어요. 돌봄의 질이 좋다는 건 돌봄이 필요한 사람의 속도에 맞추는 건데 컨베이어벨트 돌아가듯 여러 사람을 짧은 시간 안에 목욕시키고 기저귀를 채우다 보니 뼈밖에 없는 할머니, 할아버지 마른 몸이 여기저기 부딪히고…. 요양보호사로 생계가 어려워 ‘투잡’을 뛴다는 한 요양보호사는 실습생이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일을 시켰어요. ‘착취의 문화’가 일상화된 모습이랄까. 시설로서는 적은 요양보호사로 많은 노인들을 관리하는 게 사업 노하우일 수밖에 없지요. 충격적이었어요.” 이 때문에 국가와 지역사회가 돌봄노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제도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돌봄노동을 연구하는 권수현(연세대 문화학협동과정 박사과정)씨는 현재 시장 상황에서 돌봄노동자들의 ‘고립’을 염려했다. “돌봄노동자들은 비가시적 영역에 있어요.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직장’에서 소속감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에요. 재가돌봄노동자들의 경우 파출부나 식모처럼 대하기도 하고요. 영국은 국가의 지원을 받거나 지역사회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시설을 운영하고, 돌봄노동자들 교육도 더 인간적으로 이뤄져요. 예를 들어 돌봄노동이 필요한 사람의 성적 취향, 종교 등 사람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게 우리랑 달라요. 한 사회의 돈이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돌봄이 무엇이고, 돌봄을 사회가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의 문제이죠.” 고용계약 관계이기 이전에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돌봄노동의 핵심이다.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돌봄정책 중에 돌봄노동자를 위한 정책은 따로 없다. 다만 21일 보건복지부는 2016년 전면 시행을 목표로 4대 중증질환(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질환)의 건강보험 적용을 단계적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 등) 항목도 환자 부담을 점진적으로 줄여가기로 했다. 백지화했던 대선공약을 부활하겠다는 의지다. 이외에 손자를 돌볼 수 있는 할머니에게 40만원의 현물을 지급하기로 했다. 약 20만원을 지급하고 있는 가족요양보호사와의 형평성에 어긋나고, 근본적으로 돌봄노동을 다시 혈연관계에 있는 ‘가족’에게만 돌리는 정책이라는 점은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박근혜 수첩 인사’가 빚은 ‘데스노트 참사’
■ 영훈국제중 전 교장 “학부모 대부분 중증 질병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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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살고싶어요” 판자촌 소년 누가 죽였나
■ 아들이 맞았다, 성난 아빠가 학교로 돌진…그런데…
해봤더니 한마디로 ‘충격’
최저임금에도 한참 못 미치고
구석진 곳에 서서 밥 먹고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이런 근무환경에선 그들도
최선을 다해 환자를 돌볼 수 없다
국가와 사회 관심이 필요하다 “아아아아.” 지난달 18일 늦은 오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본관 9층의 한 4인실 병실에서 임아무개(90)씨가 말했다. 임씨는 알아들을 수 없는 발음으로 아픔을 호소했다. 임씨는 3년 전쯤 뇌졸중으로 이 병원에 입원한 뒤 요양병원에 머물다 고관절에 금이 가 다시 이 병원 정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았으나 이번엔 폐에 물이 차 폐렴으로 번져 재입원했다. 간병인 박경애(67)씨가 곁에서 임씨를 달랬다. 박씨는 임씨의 ‘새로운 가족’이다. 하루 24시간 6일간, 물리적 시간으로만 따지면 박씨가 임씨 곁에 가장 오래 머무는 ‘가족’이다. 임씨의 두 아들 내외와 딸도 매일같이 병실을 찾지만 늘 임씨 곁에 머물 수 없다. 임씨 침대 아래 박씨의 간이침대가 있다. 박씨가 임씨의 밥과 약을 먹인다. 매일 옷을 갈아입히고 대소변도 받는다. 박씨 같은 간병인이나 아이돌보미, 가사도우미, 산모도우미, 장애인활동보조인, 요양보호사 등의 돌봄노동자는 전통적으로 가족의 영역이던 돌봄노동을 일로 한다. 과거에는 가족 구성원 중 여성이 주로 가정에서 돌봄노동을 도맡아왔다면, 요즘은 여성 돌봄노동자가 그 역할을 직장에서 대신한다. 이들은 가족이면서도 가족이 아니다. 임씨의 가족들은 박씨의 요구대로 박씨의 하루 일당을 6만5000원(시급 약 2700원)에서 7만원으로 올려주기가 ‘버겁다’. 임씨의 부인이 치매로 10년째 요양원에 있는데다 노인장기요양보험 3등급인 임씨는 요양보호사의 재가방문요양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간병인 비용은 국가 보조를 받지 못한다. 가족들은 가족 대신 하는 돌봄의 대가로 박씨에게 매달 간병비 200만원을 지급한다. 박씨는 임씨의 가족들이 없을 경우는 가족 같은 책임감으로 임씨를 돌보지만, 실제 가족으로서의 권리는 아무것도 없다. 보호자 가족과의 관계에서는 서운함을 느끼기도 한다. 박씨는 지난달 27일 오전 임씨의 임종을 ‘일부러’ 보지 않았다. 돌봄노동자는 현대 가족 깊숙이 들어왔다. 돌봄노동자와 보호자 가족은 강한 정서적 유대를 공유할 정도로 관계가 발전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고용자-피고용자 위치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사무적 관계를 유지한다. 현대사회에서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탄생하고 있지만, 고용자-노동자의 적대적 관계가 주는 긴장은 여전하다. 새로운 형태의 가족 속에 존재하는 긴장과 균열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먼저 ‘제3의 가족’인 돌봄노동자의 처우가 열악하다. 대부분 저임금이고 고용·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지 않는다. 돌봄노동자들은 알선업체를 통해 일을 구한다. 일명 ‘삼각고용관계’로 직접고용에 비해 파견직·비정규직 등이 많아 고용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2010년 여름 김상희 의원(민주통합당)과 시민단체인 돌봄노동연대가 함께 연 토론회에서 발표된 ‘돌봄노동자 노동 실태’ 연구 결과를 보면, 응답자들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5127원이었고 이 가운데 간병인이 시간당 3978원으로 가장 낮았다. 응답자들이 꼽은 시급한 해결과제는 ‘낮은 임금’이 압도적이었고, ‘직업에 대한 낮은 사회적 평가’, ‘고용 안정’이 뒤를 이었다. 조사 대상자는 총 259명으로 가사도우미, 간병인의 합이 70%로 많았고, 아이도우미, 산모도우미가 뒤를 이었다. 노동 환경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돌봄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실제 노동시간과 대기시간을 포함한 돌봄노동자의 노동시간은 긴 편이다. 간병인의 경우 병원 배선실에서 서서 밥을 먹고, 탈의실이 없어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병원에 간병인을 위한 세탁실이 없어 청결하지 않은 옷을 집에 들고가 빨아야 한다. 육아도우미(베이비시터)는 시시티브이를 통해 감시받을 수도 있고, 재가가사노동자나 재가요양보호사는 파출부나 식모 대우를 받기도 한다. 신체접촉을 해야 하는 노동인 만큼 성희롱의 가해자·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돌봄노동의 대상인 사회적 약자, 그의 가족, 돌봄노동자 모두 문제점을 느끼는 부분이다. 이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하는 또다른 중요한 이유는 돌봄노동의 성격이 전통적 가족의 영역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돌봄노동의 본질은 ‘대인관계’, ‘감정노동’이기 때문에 서비스를 계량화하기 어려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돌봄노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돌봄노동의 조건이 나쁘면 서비스의 품질에도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돌봄인력의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내는 <월간 노동리뷰> 2012년 1월호에 실린 윤자영 부연구위원의 ‘돌봄서비스 일자리 근로조건의 현황과 과제’를 보면, 노동자와 서비스 이용자(환자나 아이, 장애인 등)의 장기적 관계는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이런 관점에서 대인관계가 중요한 돌봄노동의 성격상 민간경쟁시장에만 돌봄노동을 맡겨두어선 안 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노동자에게 비용절감을 전가해 돌봄노동의 품질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돌봄노동이란 본질적으로 공공성과 책임성이 요구되는 사업인 만큼 시설기관에 대한 사회의 관리·감독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경기도의 한 요양보호기관에서 8시간씩 5일간 요양보호사 실습을 한 돌봄노동을 연구하는 한 연구원은 현재 돌봄노동자와 돌봄을 받는 사람 사이에 ‘인간관계’가 맺어질 수 없는 환경이었다고 말했다. “요양보호사 자격시험 대비 교과서에는 환자를 배려하는 과정이 적혀 있어요. 그런데 현장에서는 그럴 수가 없어요. 돌봄의 질이 좋다는 건 돌봄이 필요한 사람의 속도에 맞추는 건데 컨베이어벨트 돌아가듯 여러 사람을 짧은 시간 안에 목욕시키고 기저귀를 채우다 보니 뼈밖에 없는 할머니, 할아버지 마른 몸이 여기저기 부딪히고…. 요양보호사로 생계가 어려워 ‘투잡’을 뛴다는 한 요양보호사는 실습생이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일을 시켰어요. ‘착취의 문화’가 일상화된 모습이랄까. 시설로서는 적은 요양보호사로 많은 노인들을 관리하는 게 사업 노하우일 수밖에 없지요. 충격적이었어요.” 이 때문에 국가와 지역사회가 돌봄노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제도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돌봄노동을 연구하는 권수현(연세대 문화학협동과정 박사과정)씨는 현재 시장 상황에서 돌봄노동자들의 ‘고립’을 염려했다. “돌봄노동자들은 비가시적 영역에 있어요.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직장’에서 소속감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에요. 재가돌봄노동자들의 경우 파출부나 식모처럼 대하기도 하고요. 영국은 국가의 지원을 받거나 지역사회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시설을 운영하고, 돌봄노동자들 교육도 더 인간적으로 이뤄져요. 예를 들어 돌봄노동이 필요한 사람의 성적 취향, 종교 등 사람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게 우리랑 달라요. 한 사회의 돈이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돌봄이 무엇이고, 돌봄을 사회가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의 문제이죠.” 고용계약 관계이기 이전에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돌봄노동의 핵심이다.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돌봄정책 중에 돌봄노동자를 위한 정책은 따로 없다. 다만 21일 보건복지부는 2016년 전면 시행을 목표로 4대 중증질환(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질환)의 건강보험 적용을 단계적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 등) 항목도 환자 부담을 점진적으로 줄여가기로 했다. 백지화했던 대선공약을 부활하겠다는 의지다. 이외에 손자를 돌볼 수 있는 할머니에게 40만원의 현물을 지급하기로 했다. 약 20만원을 지급하고 있는 가족요양보호사와의 형평성에 어긋나고, 근본적으로 돌봄노동을 다시 혈연관계에 있는 ‘가족’에게만 돌리는 정책이라는 점은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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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이 맞았다, 성난 아빠가 학교로 돌진…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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