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개입 의혹 진상규명 좌담회
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조작 활동을 외부에 알린 전·현직 국정원 직원들(▷ 국정원, ‘댓글알바’ 내부고발한 직원 파면)을 내부고발자로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정원의 명칭을 통일해외정보원으로 바꿔 국내 정치에 개입하지 못하게 하고, 북한과 해외 정보만을 다루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산하 ‘국정원 선거개입 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가 25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개최한 ‘국정원 선거개입 진상규명을 위한 좌담회’에서 한웅 변호사는 “이번에 (국정원으로부터 직무상 기밀누설 등 혐의로) 고발당한 국정원 직원들은 어떤 비밀을 제보한 것이 아니라 국정원의 범죄 사실을 알린 것이다. 일반 시민이 살인 사건이 있었다고 알리는 것과 똑같은 행위다. 따라서 (전·현직 직원들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특히 “각종 누리집에서 대선 여론조작 활동을 벌인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29)씨의 행위는 국정원법이 정하는 정상 업무가 아니라 선거에 국가기관이 개입한 범죄행위고, 이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며 “국정원이 다른 쟁점으로 사건의 본질을 흐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행 공익제보자 보호 제도의 한계도 지적됐다. 공익제보자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법)과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의해 보호받는다. 하지만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을 보호 대상으로 하고 있어 이번 사건에 해당되지 않는다. 국정원의 대선 여론조작은 국가기관의 부패행위로 이를 공개한 공무원은 부패방지법에 의해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이 법은 부패행위를 국가기관에 신고했을 때만 적용된다.
공익제보자 보호를 위한 ‘호루라기 재단’의 이지문 상임이사는 “부패방지법은 신고 기관을 부패가 발생한 기관이나 검찰, 경찰, 국민권익위원회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국정원과 같은 권력기관의 직원에게 공익신고를 국가기관에 하라는 것은 신고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내부고발자들의 부패·부정행위 신고처를 국가기관으로 한정하지 말고, 정당이나 언론에 알리거나 스스로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행위도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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