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공동추진하다 각자 사업
중복 행정에 혈세낭비 지적도
중복 행정에 혈세낭비 지적도
서울시가 지하철역 등에 인권 관련 조형물을 설치하기 위해 9000여만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8000만원을 들여 같은 사업을 추진중이어서 전시·중복 행정 논란이 예상된다.
31일 서울시와 국가인권위의 설명을 종합하면, 양쪽은 국가인권위의 제안으로 9000만원 규모의 인권 조형물 설치 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지난해부터 논의해왔다. 그러나 국가인권위가 독자 사업 예산으로 8000만원을 편성하자, 서울시도 조형물 디자인·제작비 등 자체 사업비 9078만원을 책정했다. 졸지에 사업 규모가 갑절로 커진 셈이다.
서울시 윤희천 인권담당관은 “세계인권선언문 등을 지하철역 보도 등에 새겨 자연스레 시민 인권 감수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탑 같은 조형물 설치엔 부정적으로, 전시성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요 시정의 인권 영향을 심의·자문하는 서울시 인권위에선 ‘부적절 사업’이란 공식 의견을 냈다. 한 위원은 “예산이 많다면 모르지만, 올해 인권 실태조사 비용도 부족했던 터에 우선사업이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인권 조형물 사업비는 시 인권부서의 지난해 예산 1억원과 맞먹고, 올해 예산 7억7990만원의 12% 규모다.
서울시는 반대 입장의 시 인권위에 “국가인권위와의 매칭펀드 사업이라 독단으로 철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가인권위 관계자는 “매칭펀드를 언급한 적 없고 ‘인권위는 디자인, 시는 장소 협조’ 식의 역할 분담 논의였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의 ‘인권 공공디자인 프로젝트’ 계획을 보면, ‘지하철역사의 벽, 바닥 등에 세계인권선언 전문을 디자인하고, 역사내 조화로운 상징물(세계인권선언탑 등)을 배치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상징물 쪽에만 2000만원을 책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 관계자는 “해당 사업을 인권단체, 철도청과도 논의하고 있다. 서울시와 인권위 사업이 통일성을 갖추되 장소 등 중복을 피하기 위해 실무협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두 기관은 서울시청역사를 유력 후보지로 논의하다, 사업이 갈라지면서 서울시가 남영역 등을 추가 대상지로 검토하는 모양새다. 남영역이 확정되면, 인권유린의 상징인 남영동 대공분실 길목이 ‘인권역사’로 특화되는 셈이다.
박원순 시장은 2004년 독일에서 세계인권선언 조문이 새겨진 베를린역을 보고 당시 이명박 시장에게 활용안을 권유한 바 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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