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서울시교육감 재선거를 이틀 앞두고, 보수 성향의 학부모단체 간부가 보수 후보에게 사퇴 협박을 했다는 주장이 또다시 제기되는 등 교육감 선거전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보수 후보 가운데 한 명인 최명복 후보(서울시 교육의원)는 17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보수 단일후보인) 문용린 후보 지지 보수단체에서는 다른 후보들을 사퇴시킨다며 협박·회유에 몰두한다. 신성해야 할 교육감 선거에서 조폭보다도 흉악한 선거 행태가 난무한다”고 주장했다.

최 후보 쪽이 이날 공개한 통화 녹취록을 보면, 12일 이희범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사무총장은 최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보수 우파가 통합을 하는 게 어떻겠나. 큰 결단을 내려 달라. 차기에 최 의원을 책임지고 밀겠다”며 문 후보 당선을 위해 사퇴해 달라고 제안했다.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은 지난달 남승희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후보직에서 사퇴하라’고 협박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이경자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단체다.

이 사무총장은 또 최 후보와의 통화에서 “이 판으로 가면 무조건 (진보 단일후보인) 이수호가 당선된다. 전교조는 안 되지 않나. 최 의원님께서 교육적인 거 접어두고 정치적인 판단을 해서 나하고 손잡고 결단을 내리자. 만약에 문(문용린 후보 지칭)이 이긴다면 일등 공신이 최 의원님하고 이 교수(사퇴한 이상면 후보 지칭)가 되는 거다”라고 말했다.

최 후보의 주장에 대해 이 사무총장은 협박이 아니었다며 즉각 반발했다. 그는 보도자료를 내 “서로가 예의를 갖춰 통화했고 공감하며 대화했는데 협박·회유를 받았다는 것은 초등학교 1학년 학생도 웃을 일”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이 이상면 후보(전 서울대 법대 교수)의 후보 사퇴에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 사무총장은 최 후보와의 통화에서 “이상면 캠프 선대위원장을 만났다. ‘대의를 생각해서 결단하시라’고 했다. 아마 오늘내일 중에 이상면 교수도 결단을 내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 통화가 이뤄진 지 이틀 뒤인 14일 전격 사퇴했다.

문용린·이수호 후보도 이날 날선 공방을 벌였다. 이 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문 후보와 사교육 업체 대교의 밀착 관계를 언급하며 “편의에 따라 이쪽저쪽 정권을 기웃거리며, 앞에서는 공교육을 말하고 뒤로는 사교육을 챙기는 그런 짓, 저는 하지 못한다”며 문 후보를 공격했다. 이에 문 후보 쪽은 보도자료를 내 “이 후보는 서울의 학부모들이 왜 전교조를 싫어하는지 아는가? 매사를 왜곡된 시각으로 바라보고, 편향된 이념으로 학생을 오염시키는 것을 염려하는 것이다”라고 받아쳤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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