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삼씨 “94~95년 매주 청와대 전달”
옛 국가안전기획부가 언론사 간부와 기자들을 대상으로, 언론사 전담 출입요원을 통한 정보수집과 함께 도청·감청을 통해 상시적으로 언론사찰을 해 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오충일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이하 진실위) 위원장은 10일 안기부의 과거 언론탄압 공작에 대해 전면적인 조사 의사를 밝혔다.
옛안기부 ‘미림’팀의 존재를 처음 폭로한 전 국정원 직원 김기삼(41·미국 펜실베이니아 거주)씨는 9일(현지시각) “(1994~95년 무렵) 안기부 과학보안국에서 도청한 대상 중엔 언론사도 포함됐다”며 “도청내용은 대공정책실 산하 신문·방송과 요원들의 언론사 정보수집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기삼씨는 이날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밝히면서 “내가 오정소 대공정책실장 보좌관을 하던 94~95년 무렵, (도청·감청을 전담하던) 과학보안국에서 나온 ‘메모 보고서’엔 언론계 동향이 자주 올라왔다”며 “당시 과학보안국은 정치권과 언론계뿐 아니라 노동계와 학계, 시민단체 등 사회 전분야를 모두 도청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당시 (도청과는 별도로) 안기부 요원들이 직접 수집한 언론사 내부동향을 담은 보고서가 매주 월요일 오전 대공정책실장에게 보고됐다”며 “여기에는 언론사 사주와 간부 및 기자들의 동향이 모두 포함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보고서가 인편으로 청와대 정무수석실에도 전달되는 걸 직접 봤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실 고위관계자는 “홍석현 전 사장과 관련한 파일도 훨씬 이후 시점에 도청된 것으로 돼 있던데 당시엔 정말 몰랐다”며 “절대 그런적 없다”고 부인했다. 국가정보원 쪽도 “과학보안국은 합법적인 감청만 하는 기구”라며 “언론을 상대로 과학보안국이 불법감청을 했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안 맞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한편, 오 위원장은 이날 당시 안기부의 한겨레 등에 대한 언론탄압 공작과 관련해 “신군부의 언론 통폐합 등과 함께 언론통제라는 차원에서 비중있게 다룰 것”이라며 “반드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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