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태권도 꽃 피운 ‘마스터 황’-핀란드 태권도 대부 황대진씨
북유럽 태권도 꽃 피운 ‘마스터 황’
정말 반가워했다. 고국의 스포츠맨들이 왔기 때문이란다.
그는 외로운 한국인 스포츠맨이었다. 핀란드의 첫 한국인 시민권자로 핀란드에 태권도를 보급시킨 북유럽 태권도의 대부이자, 핀란드 시니어 골프 국가대표로 활약하는 체육인이다. 핀란드 국회의사당에서 국회의원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기도 하는데, 핀란드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동양인 ‘마스터’이다.
제10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핀란드 헬싱키에 거주하는 황대진(63)씨는 지난 1979년 6월 북유럽에 태권도를 보급하겠다는 신념으로 단돈 350달러를 손에 쥐고 스웨덴에서 배를 타고 단신으로 헬싱키에 도착했다.
26년전 350달러 들고 이주
전북 익산이 고향으로 경희대를 졸업한 황씨는 1960년대 초반 태권도 국가대표로 활약했고, 인천 동산중고등학교 체육교사로 재직하면서 4년간 전국대회 우승을 이끈 태권도 지도자였다.
당시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에 채택되기 위해선 유럽에 태권도가 보급돼야 한다고 생각해 핀란드에 온 황씨는, 일본 가라데가 이미 자리잡고 있는 헬싱키에서 고난의 길을 가야 했다. 그는 1979년 가을 주니어 권투선수권대회가 열리는 체육관을 찾아가 관계자를 설득해 링에 올라가 태권도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헬싱키에 조그만 도장을 연 그는 가라데를 하는 일본인들의 방해를 극복하며 수련생들을 늘리기 시작했고, 현재는 핀란드 전국에 130개의 도장과 4만여명에 이르는 제자를 거느리는 ‘마스터 황’이 됐다.
또 지난 1989년 열린 시니어 골프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가 국가대표로 선발됐으며, 스위스에서 열린 국가대항전에 출전해 핀란드가 5위를 차지하는 데 견인차 노릇을 하기도 했다. 핸디캡은 4.
황씨는 2001년 핀란드 대통령이 수여하는 대통령 훈장을 받기도 했다. 또 장애인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불우 청소년과 고아들을 돕는 일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지금은 130개 도장 거느려 마르꼬 고스키 핀란드 국회 부의장 등 핀란드 국회의원 14명을 제자로 둔 황씨는 “헬싱키에는 다섯 가구, 그리고 전국적으로는 상사 주재원과 유학생까지 합쳐 고작 120명 정도의 한국인이 거주하고 있다”며 오랜 만에 만난 고국 사람들에게 술잔을 연신 권했다. 헬싱키/글 사진 이길우 기자 nihao@hani.co.kr
지금은 130개 도장 거느려 마르꼬 고스키 핀란드 국회 부의장 등 핀란드 국회의원 14명을 제자로 둔 황씨는 “헬싱키에는 다섯 가구, 그리고 전국적으로는 상사 주재원과 유학생까지 합쳐 고작 120명 정도의 한국인이 거주하고 있다”며 오랜 만에 만난 고국 사람들에게 술잔을 연신 권했다. 헬싱키/글 사진 이길우 기자 niha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