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재엽 양천구청장, 당선무효형
80년대 보안사 수사관 근무
법원, “고문 목격” 증인진술 인정
80년대 보안사 수사관 근무
법원, “고문 목격” 증인진술 인정
3선의 현직 구청장인 추재엽(57) 서울 양천구청장이 1980년대 국군 보안사령부(현 기무사령부) 수사관으로 근무하면서 간첩 사건을 조작하기 위해 고문을 자행하고도 선거 과정에서 이를 부인하는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나, 당선무효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김기영)는 11일 추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징역 3월, 위증·무고 혐의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2002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처음 양천구청장으로 선출됐던 추씨는 지난해 10월 구청장 재선거에서 당선돼 자신의 세번째 양천구청장직을 수행해 왔다.
추씨의 고문 전력은 2010년 6월 지방선거 때부터 논란이 됐다. 당시 양천구청장 선거에 출마한 이제학 후보가 경쟁 후보인 추씨에 대해 “보안사 근무 시절(1985년), 재일동포 유지길(70)씨 등을 간첩으로 조작하기 위해 고문에 가담했다”고 보도자료 등을 통해 밝히자, 추씨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허위사실 유포)로 이 후보를 고소했다. 이때 추씨는 법정에 출석해 “재일교포 유씨를 고문한 적도, 고문 현장에 있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선거에서 당선된 이제학 구청장은 결국 대법원에서 벌금 250만원형을 확정받아 구청장직에서 물러났고, 지난해 10월 양천구청장 재선거에 추씨가 다시 출마했다. 그러자 재일동포 김병진(57)씨가 “추씨가 유씨를 고문한 것을 직접 봤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에 대해 추씨는 “동료 간첩을 밀고한 공으로 처벌을 면했던 자의 허위사실 유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선거구민들에게 발송했다.
자신이 보안사의 고문 피해자이기도 했던 재일동포 김씨는 추씨의 과거 법정 증언과 문자메시지 발송 내용이 허위라며 고발했고, 검찰도 추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 무고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복잡하게 얽혔던 고문 논란의 실체에 대해 이날 재판부는 “유지길씨와 김병진씨가 당시 (고문)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고 피고인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가질 이유가 없어 (추씨가 유씨를 고문했다는)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고문 등은 중대한 불법행위임에도 피고인은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지 아니하고 범행을 부인하는 점을 종합하면 엄중한 처벌을 함이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무죄추정 원칙을 더는 유지하기 어렵고, 범죄 사실의 내용에 비춰 항소심에서 도망할 우려가 있다”며 추씨를 법정구속했다.
선고 뒤 추씨는 “너무 가혹하다”고 항변했지만, 김기영 재판장은 “고문을 했는지는 피고인이 잘 알 것”이라며 “법원은 제출된 증거와 법 원칙에 따라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답했다.
보안사에서 전역한 뒤 1991년 서울시의회 전문위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추씨는 자유민주연합 대변인실 행정실장, 국회 사무처 정책연구위원 등을 거쳐 2001년 한나라당 부대변인이 됐고, 이어 3선의 구청장으로 변신했다.
추 구청장의 과거 고문 행위를 세상에 알리고, 그를 검찰에 고발한 재일동포 김씨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고문당한 분과 가족들의 한을 조금이라도 풀어드리게 되어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김씨는 연세대 대학원에 재학중이던 1983년 당국의 조작에 의해 재일한국인 간첩으로 몰려 보안사에서 고문을 받았다. 보안사는 일본어에 능통한 김씨를 협박해, 그를 기소하지 않는 대신 2년 동안 군무원으로 근무하게 했다.
1985년 추씨를 비롯한 보안사 수사관들이 재일동포 유씨를 고문할 때 김씨는 통역을 맡아 고문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 김씨는 “수사관들이 유씨의 옷을 모두 벗기고 각목에 매달아 놓고 고문했는데, 당시 추씨가 젖은 수건을 유씨 얼굴에 직접 올려놓고 주전자로 고춧가루 물을 부었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 사카이시에 거주하고 있는 김씨는 “추씨가 뻔뻔스럽게 아직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문 피해자 유지길씨는 현재 일본 오카야마시에 살고 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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