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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쌍용차 희망퇴직자 사망…해고사태뒤 23명째

등록 2012-10-08 21:30수정 2012-10-09 08:17

당뇨병 앓던 50대 끝내 숨져
“퇴직 뒤 특별한 직업 못구해”
2009년 5월 쌍용자동차를 희망퇴직한 한아무개(55)씨가 8일 새벽 4시 지병인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숨졌다. 평택 쌍용차공장이 있는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집에 살면서 치료를 받아온 한씨는 지난해 8월 병세가 악화돼 입원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2009년 쌍용차 해고사태 이후 해고되거나 희망퇴직한 노동자와 가족 가운데 22명이 사망했고, 한씨는 쌍용차 사태와 관련해 세상을 뜬 23번째 희생자가 됐다. 지난 3월에는 쌍용차 해고자가 자신이 살던 임대아파트에서 투신하기도 했다.

쌍용차 협력업체에서 일하다 1990년 쌍용차에 입사해 평택공장 조립1팀 샤시과 등을 거치며 일해온 한씨는 2009년 해고대상자 명단에 올랐다가 스스로 희망퇴직했다. 평소 당뇨를 앓았던 한씨는 퇴직 이후 특별한 직업 없이 지내왔다. 생활고로 2009년 자신의 집을 팔고, 제2금융권에 수천만원가량의 빚을 지기도 했다. 퇴직 후 2010년 발가락을 절단해야 할 정도로 당뇨병이 악화됐으나 병원비를 마련하지 못해 지난해 8월 형의 도움을 받기 전까지 입원 치료를 받지 못했다. 지난해 9월부터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한씨의 형과 동생까지 삼형제 모두 쌍용차에서 일하다 희망퇴직했다. 형은 2005년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한 직후 시작한 구조조정 때, 동생은 2009년에 한씨와 함께 희망퇴직했다.

한씨가 7년 전 아내와 이혼해 혼자 남겨진 아들(25)은 “쌍용차가 우리 아버지를 내치지 않았다면 병원비가 없어 아버지가 제때 입원하지 못하는 일도, 내가 휴학하고 공장에 취직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쌍용차가 원망스럽다”고 말하다 결국 목이 메었다.

한씨와 함께 쌍용차를 희망퇴직한 노동자는 2026명이다. 김득중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수석부지부장은 “당시 회사 쪽에서 하루에도 수차례 노동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해고자 명단에 올라가 있으니 빨리 희망퇴직하고 위로금을 받아가라’고 종용했다”며 “한씨도 이로 인해 심한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근 노조 기획실장은 “원하지 않던 ‘절망’ 퇴직을 한 쌍용차 노동자들이 곳곳에서 한씨처럼 죽어가고 있다”며 “회사와 정부는 쌍용차 해고자 및 희망퇴직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실태조사에 즉각 나서 더이상의 죽음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쌍용차를 인수한 인도 마힌드라의 파완 고엔카 사장은 “무급휴직자는 2~3개월 뒤부터 복직을 단계적으로 실시하겠으며, 전원 복직은 2~3년 내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복직 대상에 해고자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답했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4일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김지훈 조애진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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