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범위험 성범죄자 고환 적출” 추진에
학계 “신체절단형은 반문명적 형벌” 비판
학계 “신체절단형은 반문명적 형벌” 비판
강력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틈을 타 각종 인권침해적 정책 제안이 무분별하게 쏟아지고 있다.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사형제 존속을 주장한 데 이어 국회의원 19명이 성폭력범에 대한 ‘물리적 거세’ 방안까지 들고나오자 ‘야만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인숙 의원 등 새누리당 국회의원 18명과 전정희 민주통합당 의원은 ‘교화나 재활을 기대할 수 없고 재범 발생 위험성이 있는 성범죄자를 물리적으로 거세하자’는 내용을 담은 ‘성폭력범죄자의 외과적 치료에 관한 법률안’ 등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5일 밝혔다. 이들은 “최근 성폭력 범죄의 흉악성이 심해져 국가 차원의 가장 확실한 대책이 요구된다”며 “(화학적 거세라는 이름으로 시행하고 있는) 약물치료는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이들이 말하는 물리적 거세는 고환 제거(적출)를 말한다. 박 의원은 이를 “생식 기능을 잃게 하는 외과적 치료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이 법안은 형 집행 대상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검사의 구형과 판사의 판결로 물리적 거세를 집행하도록 규정했다. 이는 미국 5개주와 독일·체코 등 일부 국가에서 본인의 동의가 있을 때만 물리적 거세 시술을 해주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85년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는 물리적 거세는 잔혹하고 비정상적인 형벌로서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더 나아가 2008년 고문근절위원회 유럽이사회는 체코에 동의를 받은 물리적 거세까지도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성범죄자 3명이 다시 아동을 성추행한 것을 근거로 물리적 거세는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미 형 집행 중인 성범죄자에게도 강제적으로 물리적 거세를 시행할 수 있다는 점도 논란이다. 법안에는 “이미 성폭력 범죄로 징역형 이상의 형이 확정된 치료감호 또는 보호감호 중인 자에게도 외과적 치료 명령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학계는 ‘위헌적이고 야만적인 법안’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떤 형벌이든 범죄인이 법적으로 다툴 수 있는 법정에서 정해져야 하는데, 그런 절차 없이 소급해서 적용하겠다는 것은 위헌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심희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신체절단형은 기원전 2세기 중국 한나라 때 금지돼 고려·조선 시대에도 없었던 반문명적인 형벌”이라며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만든 야만적인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정부와 여당은 잇단 성폭행 및 살인 사건에 대한 강력한 대처를 주장하며 각종 인권침해적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경찰은 길거리 불심검문을 본격 부활했고, 법무부는 시민사회의 노력 끝에 어렵게 폐지된 보호관찰제를 사실상 부활한 보호수용제를 추진하고 있다. 급기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우리나라가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국제적 인정을 받은 상황에서 사형제 필요성을 역설하고, 국회의원들은 전근대적인 신체훼손형을 들고나왔다.
김한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에도 국회에서 거의 동일한 내용의 물리적 거세 법안을 검토해달라는 요청이 와 ‘물리적 거세는 화학적 거세보다 효과가 떨어진다’고 회신했는데 이번에 또다시 들고나왔다”고 잘라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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