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여의도 칼부림 김씨, 대기업 4곳서 근무했지만…

등록 2012-08-25 09:37수정 2012-08-25 16:22

‘무차별 칼부림’ 사건의 피의자 김아무개(30)씨가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뉴스1
‘무차별 칼부림’ 사건의 피의자 김아무개(30)씨가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뉴스1
[절망살인의 시대] 여의도 칼부림 30대의 이력
7년간 직장 4곳 비정규직 전전
고용불안·실적경쟁에 시달려
서울 여의도 칼부림 사건의 피의자 김아무개(30)씨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도입된 이른바 노동유연화 정책과 신자유주의적 경쟁 체제 속에서 절망에 빠졌다. 2년이면 계약이 해지되는 비정규직만 4차례 전전했고, 실적에 따른 등수가 매일 공개되는 살벌한 경쟁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 중퇴 뒤 23살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가 7년 동안 한 일은 모두 에스케이텔레콤(SKT), 케이티(KT), 에스시(SC)은행 등 대기업을 위한 것이었지만, 대기업은 김씨 같은 사람을 고용하지 않았다.

<한겨레>가 24일 입수한 김씨의 이력서를 보면, 2005년 9월 입사한 ㄱ신용정보회사가 김씨의 첫 직장이었다. 이곳에서 그는 에스케이텔레콤 휴대전화 연체요금을 독촉하는 계약직 상담원으로 일했다. 2년이 지나자 회사는 김씨의 고용계약을 해지했다.

석달 뒤 김씨는 인력파견 업체를 통해 ㅅ보증보험에 상담원으로 취직했다. 이번엔 케이티 연체요금을 받아내는 일이었다. 월급은 150만원이었지만, 파견업체에 수수료를 떼어주고 나면 100만원대 초반의 돈이 손에 들어왔다. 수입은 적지만 출퇴근 시간이 확실하고 4대 보험도 적용되는 직장이었다. 하지만 두번째 회사 역시 2년이 지나자 김씨가 일하던 팀을 없애버리면서 김씨를 내보냈다.

이번 범죄의 표적이 된 김씨의 세번째 직장 ㅎ신용정보에서 김씨의 일은 또다시 에스케이텔레콤의 미납요금을 받아내는 것이었다. 김씨는 개인사업자 형식으로 회사와 위임계약을 맺어 일을 했다. 회사는 매일 업무가 끝날 때면 모든 직원들의 실적에 따라 등수를 공개했다. 김씨와 함께 이 회사를 다니다 그만둔 김아무개씨는 “처음에는 개인 실적만 비교했지만 곧 팀별 실적까지 비교해 공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실적 부진을 견디지 못하고 1년 만인 2010년 11월 이 회사를 나왔다.

김씨의 네번째 직장은 에스시제일은행의 대출상품을 위탁판매하는 회사였다. 기본급 없이 실적에 따라 급여가 지급됐다. 월급 200만원을 받기 위해서는 매달 1억원의 대출을 성사시켜야 했다. 이 은행의 대출상품을 위탁판매하는 전국 1500명의 사람들 가운데 월 100만원 이상 급여를 받는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당시 김씨의 직장동료 박아무개씨는 “실적이 없는 달엔 카드빚을 내야 하고, 실적이 있어도 생활비로 쓸 수준이라 계속 빚이 쌓일 수밖에 없다”며 “실적이 상위 10%에 들어야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데 김씨는 실적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대형은행의 대출상품을 파는 일을 했지만 정작 자신은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었다. 김씨는 카드빚을 냈다. 박씨는 “4대 보험이라는 ‘벼슬’이 없는 우리에게 은행은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며 씁쓸해했다.

김씨는 마지막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 낸 자기소개서에 “군대에서 지오피(GOP) 철책근무와 전방 상황근무를 통해 사람이란 자신에게 어떤 일이 맡겨져도 노력에 따라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며 “최선을 다해 제 발전은 물론 회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썼다. 하지만 김씨는 1년여 만에 빚 4천만원과 깊은 절망만 남긴 채 지난 4월 이 회사를 그만뒀고, 지난 22일 여의도에서 걷잡을 수 없는 분노를 폭발시켰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4일 살인미수 혐의로 김씨를 구속했다.

김지훈 윤형중 기자 watchdog@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경찰, 안철수 룸살롱·여자관계 등 뒷조사 파문
장준하는 ‘밀수왕초’ 였던 박정희를 경멸했다
송일국, 일본 ‘입국금지’ 발언에 “대한, 민국, 만세!”
애플 ‘큰 승리’ 반응에 삼성 “미 소비자만 손실” 비평
피겨퀸 김연아, 5년만에 ‘록산느의 탱고’ 완벽 재현
기성용, 스완지시티에 공식 입단…3년 계약
[화보] 돌아온 ‘탱고 여신’ 김연아, 명품 연기 그대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