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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여의도 칼부림’ 김씨 “잠 안오면 숫돌에 칼을 갈았다”

등록 2012-08-23 16:52수정 2012-08-23 21:40

23일 찾아간 여의도 살인 미수 사건의 피의자 김아무개(30)씨가 살던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원은 옷과 집기 등으로 비좁았다. 사진 박아름 기자 parkar@hani.co.kr
23일 찾아간 여의도 살인 미수 사건의 피의자 김아무개(30)씨가 살던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원은 옷과 집기 등으로 비좁았다. 사진 박아름 기자 parkar@hani.co.kr
‘여의도 칼부림’ 김씨는
5개월간 실직·카드빚 4천만원…그의 주머니엔 200원뿐이었다
신용불량자에 고시원 월세도 밀려 노트북까지 팔아 생활비 충당
최근 몇달간 칼 5자루 사모아 “잠 안올땐 숫돌에 칼 갈았다”
‘여의도 무차별 칼부림’ 사건 피의자 김아무개(30)씨의 집은 고시원 지하방이었다.

23일 찾아간 서울 관악구 신림동 ㄱ고시원 지하방은 어둡고 눅눅했다. 퀴퀴한 냄새가 나는 방은 옷가지와 가구로 꽉 차 있었다. 방에서 가장 값비싸 보이는 것은 작은 냉장고였다. 안에는 먹을 만한 음식이 전혀 없었다. 고시원의 여주인은 “한달 25만원인 월세를 김씨가 몇달 동안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작은 책장에는 <돈 걱정 없는 노후 30년>이라는 책이 꽂혀 있었다. 어느 대학교 동창회 회원명부도 있었다. 그는 대출 영업도 잠깐 했는데, 대학 동창회 명부는 그런 일에 요긴하게 쓰인다.

경찰과 김씨 가족·지인의 말을 종합하면, 김씨는 강원도 소도시에 있는 4년제 대학 건축학과를 중퇴했다. 가족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김씨는 혼자 서울에 머물면서 2007년부터 휴대전화 미납요금을 독촉해 받아내는 일을 시작했다. 처음엔 유명 통신사에서, 2009년부터는 ㅎ신용평가정보회사에서 일했다. 모두 계약직 신분이었다.

ㅎ신용평가정보회사에선 부팀장을 맡았다. 실적이 좋아서 거느리는 팀원이 30명까지 늘었던 적도 있다. 기본급에 성과급을 더해 월 150만~200만원을 꾸준히 받았다. 그러나 신입사원 교육 등 업무가 늘어나면서 실적이 떨어졌다. “제 앞가림도 못하면서 누굴 가르치느냐”, “팀장이라고 월급만 많이 받아 간다” 등 동료들의 험담도 들었다고 김씨는 경찰에서 주장했다.

신용평가정보회사를 1년 만에 그만둔 김씨는 이후 5개월 동안 실직 상태였다. 힘들게 ㅇ은행의 대출상품을 위탁판매하는 ㅈ사에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기본급은 없었다. 실적이 없으면 한푼도 받을 수 없었다. 재취업 1년 만인 지난 4월 다시 퇴사했다.

실직자 처지가 되면서 카드빚은 4000만원까지 늘었다. 일자리를 구하려 해도 신용불량자라며 받아주지 않았다. 노트북까지 팔아 생활비로 썼다. “두달 전부터 강한 자살충동에 휩싸이기 시작했다”고 김씨는 경찰에서 말했다. “혼자 죽기는 억울했다. 모든 일이 전 직장 동료들 때문이라는 증오심이 일었다”는 진술도 했다.

고시원의 퀴퀴한 지하방에서 김씨는 칼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잠이 오지 않으면 숫돌에 칼을 갈았다”고 김씨는 경찰에서 말했다. 그가 최근 몇 달 동안 모은 칼은 5자루였다.

<한겨레>와 통화한 김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1년 넘게 연락이 안 돼 걱정하고 있었다. 경제적으로 힘들어하긴 했는데 뭐가 힘들었는지 자세히 말을 안 했다”고 말했다. 동생 김아무개씨는 “가끔 전화통화는 했으나 왕래는 없었다. 마지막 통화는 몇 달 전이었다”고 말했다.

22일 오후 5시께 김씨는 고시원을 나섰다. 4000원이 남아 있는 교통카드로 버스를 타고 옛 직장이 있는 여의도로 갔다. ㅎ신용평가정보회사 앞에서 김씨는 2시간 동안 서서 전 직장 동료들이 나오길 기다렸다. 저녁 7시15분께부터 15분 동안 김씨는 2명의 동료와 2명의 행인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경찰에 체포됐을 때 김씨의 주머니엔 현금 200원밖에 없었다.

김지훈 박아름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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