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거리에서 김아무개씨가 흉기를 휘둘러 길 가던 시민 4명이 부상을 입고 쓰러진 것을 경찰이 부축하고 있다. 노컷뉴스 제공
‘퇴사 앙심’ 30대 남성, 전 직장동료·행인 등 찔러 2명 중태
퇴근길 시민들 공포…수원 등 이어 이달에만 3번째
퇴근길 시민들 공포…수원 등 이어 이달에만 3번째
22일 저녁 서울 여의도의 번화가에서 3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전 직장 동료와 지나가던 행인 등 4명에게 큰 부상을 입혔다. 직장을 잃고 재취업도 안 되는 상황에서 인생을 포기하는 심정으로 저지른 이른바 ‘자포자기형 범죄’였다. 지난 18일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일어난 지하철 흉기 난동 사건과 지난 21일 경기도 수원시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도 비슷한 맥락의 사건이었다.
경찰과 목격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저녁 7시15분께 피의자 김아무개(30)씨가 서울 영등포구 렉싱턴호텔 주변 길거리에서 전 직장 동료 조아무개(29·여)씨와 김아무개(33·남)씨가 퇴근하기를 기다려 미리 준비한 흉기로 공격했다. 김씨는 피해자 김씨가 흉기에 찔린 채 새누리당 당사 쪽으로 도망치자 그 뒤를 쫓다가, 시민들이 자신을 붙잡으려 하자 다시 돌아와 조씨를 서너차례 더 찌르고 주변에 있던 김씨도 다시 공격했다. 이때 한 시민이 김씨의 가슴을 발로 차며 저지하자, 김씨는 렉싱턴호텔 쪽으로 도망치면서 길을 가던 남성 1명과 여성 1명에게 차례로 흉기를 휘둘렀다.
범행을 목격한 시민들이 김씨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자, 김씨는 자신의 목에 흉기를 들이대며 “다가오면 나 죽는다”며 5분여간 대치하다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테이저건을 쏴 김씨를 제압했다. 사건을 목격한 회사원 유아무개(33)씨는 “범인이 손을 흔들면서 피해자들에게 다가오길래 일행인 줄 알았다”며 “피해 여성이 순식간에 찔린 얼굴을 감싸면서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자신의 험담을 하던 전 직장 동료들에게 보복하기 위해 이런 일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2009년 피해자 조씨 등과 함께 다니던 회사에서 팀장으로 일하던 중 실적 부진과 동료 직원들의 험담에 스트레스를 받아 2010년 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퇴사한 직후 다른 회사에 취업했지만 다시 회사를 그만둬 현재 무직 상태다. 김씨는 신용불량자로 3000만원가량의 빚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경찰에서 “무직인 스스로가 한심해 자살하려고 했으나 혼자 죽기 억울했다”며 “전 직장에서 이용만 당하고 피해받은 것을 보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검거 당시 김씨에게서 술냄새가 났다고 밝혔다.
부상자 4명은 한강성심병원과 여의도성모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목 부위 등 서너곳을 흉기에 찔린 여성 피해자 두명은 생명이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받은 119구조대가 차량 정체로 10여분 뒤에야 현장에 도착해 피해 정도가 커졌다.
범행 현장 주변은 사무실 건물이 밀집한데다 퇴근시간이어서 행인이 많았는데도 끔찍한 범죄가 일어났다. 김씨를 발로 차 제지하려던 이아무개(51)씨는 “범인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았기에 망정이지 대로로 나갔으면 피해자가 더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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