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키워드 놀이
친구는 셋이 좋다는 말을 들어본 것 같았다. 윗집 엔(N)이랑 피 흘리며 싸워보니 그 말이 더욱 와닿았다. 집은 좀 멀지만 힘이 정말 센 에이(A)가 역시 힘센 건넛집 제이(J)와 나를 불렀다. 그렇게 완성된 나-에이-제이의 ‘삼각편대’는 동네를 주름잡았다. 에이의 유일한 맞수로 거론되는 옆집 시(C)나 엔의 동태를 살피는 데는 우리집 앞마당이 맞춤이었다. 동네 사람들은 날 보고 ‘2진’이라고 손가락질했어도, 자존심보다 중요한 건 ‘힘’이니까 난 괜찮았다.
‘삼각편대’의 파워를 좀더 끌어올리기 위해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제이와 ‘협정’을 맺기로 했다. 그런 우릴 보고 에이가 빙그레 웃었다. 그런데 몰래 한 약속을 엄마한테 딱 걸렸다. 동네 물 흐린다고, 넌 왜 맨날 싸울 궁리만 하냐고 흠씬 두들겨맞았다. 그래도 내가 지금 동네에서 이만큼 어깨 펴고 다니는 건 비 오는 날 ‘우산’처럼 든든한 친구가 있어서니까. 나는 날 때부터 그랬으니까. 내가 보기엔 별문제 없는데…. 엄마, 나 정말 잘못한 거야? 왜 나 혼내?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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